“이 아파트의 분양면적은 105.6 평방미터(㎡)입니다.”
“예? 100평이 넘는다고요?”
평, 근, 자 등의 계량단위 사용이 전면 금지되는 내년 7월 이후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건설업체 직원과 고객들이 수시로 이런 ‘동문서답’을 나누게 될 것 같다.
과태료를 내지 않기 위해 법정단위로만 거래나 홍보를 해야할 업체와 법정단위에 익숙치 않은 일반인들 사이에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상거래 질서 확립이나 소비자 권익을 위해선 계량단위 통일이 불가피하다는 입장. 국제법정계량기구(OIML)가 권고하는 국제 단위계에 따라 길이는 m, 무게는 ㎏, 넓이는 ㎡를 사용해야 국제 무역에도 유리하고 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이익을 본다는 것.
그러나 기업이나 상인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익숙치 않은 계량단위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기존 단위를 고집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계량단위를 이중으로 사용해야 하는 등 추가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를 평으로 환산하기 위해선 0.3을 곱하든지, 3.3으로 나누든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가 도대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평형단위를 강제로 쓰지 말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정부에서 아무리 법정 계량단위를 사용하라고 닦달해도 동네 업소에서 ‘평형’대신 ‘㎡’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야드, 인치, 파운드, 온스 등 영미계통 단위를 아무 불편없이 사용하고 있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