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가전 및 정보통신) 등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5대 핵심업종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세계경기 침체로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 제품의 판매단가가 급락하고 철강 조선업종은 미국 유럽연합(EU)과의 통상마찰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 등 후발국들은 원가 경쟁력을 내세워 빠른 속도로 선진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5대 업종은 올 1∼10월중 총 수출액의 절반 가량인 650억달러 어치를 수출한 실물 경제의 주축이다.》
▽가격폭락 “손해보고 판다”〓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은 5대 업종의 공통된 고민.
특히 반도체는 가격폭락이 1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채산성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초 개당 9∼10달러였던 64메가 D램 가격은 현재 3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진 상태. 더욱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격 내림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내년 6월까지 64메가 D램의 원가를 2달러까지 낮추기로 했다.
철강도 가격급락으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 핫코일 수출가격은 올 2·4분기(4∼6월) t당 332달러에서 11월 245달러로 떨어졌다.
이계안 현대자동차 사장은 “내수둔화를 감안해 내년엔 수출로 활로를 뚫을 계획이지만 미국 자동차시장 규모가 올해 1760만대에서 내년엔 1600만대로 줄어들 전망이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상마찰로 수출타격〓조선업종은 앞으로 2년간의 일감을 확보해 형편이 좋은 편. 하지만 EU가 일부 부실 조선사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지원과 저가 수주를 문제삼으면서 통상마찰이 격화되고 있다.
철강은 이미 미국에서 집중적으로 반덤핑 제소를 당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철근과 스테인리스 스틸 앵글이 6월과 8월에 각각 현지업체로부터 제소당한 것을 비롯해 14개 품목이 수입규제를 당했거나 조사중이다.
▽후발국 추격으로 협공 당해〓중국 대만 등 경쟁국들은 업종별로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대만은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2위(31%)를 차지하고 있는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부문에 투자를 집중해 2년안에 한국을 추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뒤늦게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중국은 최근 일본으로부터 일부 기술을 이전받아 한국 추격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10년간 베이징과 상하이에 60개의 메모리 조립라인을 건설하기로 했다.
업계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2∼5년안에 반도체 철강 섬유 유화 등에서 한국 주력상품이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전무는 “기업들은 과거처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데다 금융 불안으로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산업기반 붕괴를 막으려면 특별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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