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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와대 총기사고' 재조사하라

입력 | 2000-12-14 18:54:00


지난해 5월 청와대 경비초소에서 발생한 총기사고에 대해 경찰이 수시로 말을 바꿔 축소 은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에도 사고경위와 장소를 정정 발표하는 등 석연찮은 모습을 보인데다 엊그제 또 당초의 발표와는 다른 말을 했다. 진상을 숨기려다 보니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해 검찰과 경찰은 즉각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 경찰이 청와대 경호실의 저지로 초동수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 이상 청와대측의 진상규명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지난해 5월 31일 발생한 청와대 101경비단 소속 김모 순경 사망사건은 처음부터 의혹투성이였다. 경찰은 김순경이 동료 경찰관의 오발사고로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사고경위 등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급기야 엊그제 한나라당 김원웅(金元雄)의원은 청와대 경호실 간부의 제보라며 타살의혹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경찰은 거듭 우발적 총기사고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엊그제 경찰이 밝힌 조사과정을 보면 이 같은 결론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경찰이 사건 당일 사고발생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그 다음날에야 비로소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현장조사에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

그나마 사진촬영 등 기본적인 현장감식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청와대 경호실측이 조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작업인부 2명의 진술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단순 오발사고라는 조사결론이 설득력이 있겠는가.

더군다나 당초 경찰은 사고 장소에 대해 ‘청와대 외곽 경비초소’라고 발표했다가 며칠 후 ‘청와대 본관에서 동남쪽으로 300∼400m 떨어진 경비초소’라고 말을 바꾸었고 엊그제 기자회견에선 다시 ‘청와대 본관에서 200m 떨어진 3초소’라고 정정했다.

경찰은 사고경위에 대해서도 ‘총기 손질 과정의 오발사고’라고 발표했다가 몇 시간 뒤 ‘장난을 하다 무의식적으로 방아쇠를 당겨 일어난 사고’라고 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유족도 경찰의 조사과정에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일어난 총기사고는 국기(國基)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다. 그런데도 당시 중대장과 소대장 등 실무자 3명만 가벼운 징계를 받고 넘어갔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지휘책임자의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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