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이 9일 “내가 국민의 지지가 없는데 후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후보가 안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고 한 발언이 당 안팎에 미묘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협박하는 거냐”〓민주당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은 10일 “이최고위원의 말은 ‘모두가 불행해진다’는데 포인트가 있는 것같은데 이는 국민과 당원을 협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김최고위원은 “이최고위원도 과거 신한국당 후보경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혔는데 이번 발언은 자신이 걸어온 길과 정당정치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이최고위원의 ‘97년 신한국당 경선 불복’ 경력을 은근히 꼬집기도 했다.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도 “‘불행해진다’는 말이 경선불복을 의미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정대철(鄭大哲)최고위원은 “지금 차기 대선에 대해 발언을 하는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이최고위원의 경선불복 경력을 거듭 비난하면서 여권 내의 이같은 반발과 갈등을 부추겼다. 정태영(鄭泰榮)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경선불복으로 인격적 결함을 보인 이인제씨가 또다른 경선불복을 예고하면서 협박을 하고 있다”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골칫덩어리를 안고 있는 민주당은 곧 울화병이 생길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말하고 싶지 않다”〓민주당 내에는 차기 대선과 관련한 미묘한 경쟁구도를 의식, 아예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과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은 “다른 최고위원의 개인적 발언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평소 이최고위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도 “그런 문제를 언급할 시점이 아니다”며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그게 아닌데”〓이최고위원측과 민주당 지도부는 “이최고위원의 발언은 (경선불복) 취지가 아니다”며 파문 확산을 경계했다.
이최고위원 측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사람이 후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론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고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도 “중요한 것은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최고위원을 거들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어쩌다 얘기한 것이겠지 다른 뜻이 있겠느냐”며 “국민지지 부분은 원론적으로 틀린 얘기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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