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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보다 개미가 무서워" 계열사들 거부 잇따라

입력 | 2000-11-08 18:58:00


▽시장이 무섭다=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은 지난 7일 현대상선 김충식사장을 직접 불러 상선이 보유중인 현대전자와 중공업지분 매각에 협조해줄 것으로 당부했으나 김사장은 이를 일거에 거절했다. 두 회사의 주식을 팔아 현대건설에 지원한다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가 김사장의 거절의 변이었다.

현대중공업 현대전자 등 현대건설 유동성 지원부담을 안고 있는 나마지 계열사들도 똑같은 이유를 들어 지원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을 정도.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 윤종용부회장은 지난달 기업설명회장에서 삼성자동차 손실부담 문제와 관련해 당초 방침과는 달리 주주 이익에 반할 경우 손실부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의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고 밝혔다. 삼성자동차 손실분을 삼성생명 주식매각대금으로 보전하지 못할 경우 나머지 손실분은 그룹계열사에 분담시킨다는 이건희 회장의 뜻 과 정면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저평가,그럴만한 이유가 있다=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증시는 전세계 증시중 가장 저평가된 것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경우를 보자.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는 3.9배로 미국 반도체업체인 인텔(21.29배)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PER는 기업실적과 주가를 비교해 현재의 주가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니 지금 사면 이익을 볼 수 있다 는 논지를 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마이애셋 구자균이사는 투명하지 못한 기업지배구조를 감안하면 반드시 싸다고만 볼 수 없으며 외국인들도 그래서 등을 돌리는 것 이라며 기업지배구조만 투명하다면 외국인들은 현재의 주가수준에 30%의 웃돈을 얹어주고라도 매입하려고 할 것 이라고 말한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현재의 주가수준은 실제 기업가치에서 지배구조 리스크와 주주가치 훼손리스크를 차감해(할인율을 적용해) 형성된 주가로 보면 된다 고 지적했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블룸버그통신은 7일 현대상선의 지분매각 거부와 관련해 정부의 기업개혁에 청신호 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즉 그룹 계열사들간의 부실기업 지원관행을 근절하려는 한국정부의 노력이 지지를 얻게됐으며 이로써 지배구조개선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KTB 장사장은 현대계열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계열사 사장(계약직 전문경영인)들이 오너(임명권자)보다 주주를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반증 이라며 시장(투자자)도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회사와 경영자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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