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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당은 싫다” 日 또 무소속 돌풍

입력 | 2000-10-23 19:12:00


일본 유권자들의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또다시 화산처럼 폭발했다. 22일 히노(日野) 등 3개시에서 치러진 도쿄(東京) 21구의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여성시민운동가 가와다 에쓰코(川田悅子·51)후보가 자민 민주 사회당 소속의 정당후보 3명을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켰다. 15일 나가노(長野)현 지사선거에서 작가 겸 시민운동가 다나카 야스오(田中康夫·44)가 40여년 만에 고위관료 출신을 누르고 당선된 뒤 이룬 제2의 무당파층의 승리인 셈.

▽주목받은 선거구〓도쿄 21구는 6월 총선거에서 당선한 민주당의 야마모토 조지(山本讓司)의원이 국가가 지급하는 정책비서관 봉급을 착복한 사실이 발각돼 의원직을 사퇴한 곳. ‘클린 정당’의 이미지를 강조해온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고 집권 자민당은 6월 총선거에서 나타난 수도권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자당 후보를 총력 지원했다.

이에 비해 무소속의 가와다 후보는 맨손으로 맞섰다. 그녀는 에이즈감염혈액 수혈 소송의 원고측 부대표를 맡아 활동해 온 시민운동가. 차남(24)이 이 사건의 피해자였다. 그녀는 “더 이상 정당을 믿을 수 없다”면서 “시민의 손으로 정치를 쇄신하자”고 호소했다. 그녀는 당선이 확정된 뒤 “무소속으로 승리를 했다는 것은 새로운 정치흐름이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원봉사자의 분투〓가와다 후보를 당선시킨 것은 인터넷과 자원봉사자였다. 기존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그녀를 지지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지원을 호소했다.

이 홈페이지를 보고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었다. 평일에는 70여명, 주말에는 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가와다 후보의 상징인 노란 깃발과 마이크를 들고 지역구 구석구석을 누볐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40.4%. 6월 총선거보다 21.3%포인트나 낮은 역대 최저치. 자민당은 투표율이 낮아지면 고정표를 갖고 있어 유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기존정당의 충격〓자당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연 100여명의 국회의원과 900여명의 의원비서관을 동원했던 자민당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자민당은 “조직을 기반으로 한 선거운동은 이제 한계에 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권교체를 노리는 민주당으로서도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는 데 실패했다.

이번 선거결과는 내년 여름에 있을 참의원선거에서도 정당 후보들이 고전할 것임을 예고한다. 조직과 바람을 모두 무시하는 유권자층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자질 여부를 떠나 지명도만 높은 후보를 내세우는 ‘네거티브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