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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추상미, 오빠와 함께무대에 올려

입력 | 2000-10-12 11:01:00


추상미가 요즘 본업인 연기를 떠나 '외도'에 정신이 없다. 원래 이때쯤이면 영화 의 촬영으로 한창 정신없이 바빠야 하지만, 상대역인 박중훈이 출연하고 있는 촬영이 길어지면서 본의 아니게 한가로운 가을을 맞게 된 것.

대신 요즘 그녀가 몰두하는 것은 연극전용 소극장 건축이다. 연극배우였던 아버지 추송웅이 생전에 정성을 기울였던 소극장 '테아트르 추'를 홍대 앞에 다시 세우기 위해 그녀는 디자이너로, 공사장의 현장 감독으로 정신이 없다.

"너무 늦었죠. 진작 했어야 하는데 다행히 지금이라도 세울 수 있게 돼서 좋아요." 카메라 앞에 서는 대신 하루종일 낯선 도면을 보랴, 인테리어에 사용할 각종 소품을 챙기랴 정신이 없지만, 연기하면서 늘 마음에 걸리던 아버지의 유업을 이을 수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큰 기쁨이라고 한다.

특히 극장 개관공연으로 오빠 추상록이 준비하고 있는 연극을 챙기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12월 초에 홍대 앞에 다시 문을 여는 '테아트르 추'의 개관작품은 아버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 추송웅씨가 생전 한국연극의 장기공연 기록을 갱신했던 작품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무대에서 땀을 흘리며 열연하는 모습을 기억한다는 그녀는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문을 여는 소극장의 개관공연은 당연히 이 돼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오빠가 아버지의 연기를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무대의 열정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무대에는 오빠가 서지만 저는 무대 뒤에서 좋은 공연이 이루어지도록 힘을 써야죠."

연극의 실질적인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그녀는 혹여 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에 이은 후속 공연으로는 추상미 본인이 무대에 설 작품을 고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촬영이 늦어지는 탓에 그 모든 준비들이 올 겨울 한꺼번에 몰리는 것이 좀 걱정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걱정보다는 오히려 즐겁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할 일 없이 노는 것보다는 이렇게 바빠도 뭔가 결실이 생기는 것이 더 좋죠."

그녀의 바람대로 순조롭게 일이 풀린다면 내년 봄에는 연극 무대와 극장 스크린에서 추상미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다.

김재범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