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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사, 러브호텔에 주차장 임대 '돈벌이'

입력 | 2000-10-04 17:24:00


공기업인 한국토지공사가 경기 성남 일산 신도시 내에 난립한 러브호텔에 미매각토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도록 장기 임대해준 사실이 4일 밝혀졌다. 토공이 임대해준 토지는 러브호텔 밀집지인 경기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6필지)과 백석동(2필지)에 있는 일반상업용지로 면적이 2807평에 이르며 임대수입은 연간 3억원 정도다.

그러나 한국토지공사 서울지사 일산사업단 관계자는 "계약기간이나 구체적 위치, 금액 등은 토지공사 이미지가 훼손되기 때문에 밝히지 말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며 "면적은 7필지로 각각 150평 규모에 불과하다"고만 4일 밝혔다.

그러나 토공은 99년 9월 경기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R, K 모텔에 각각 253평의 일반상업용 미매각토지를 1년 기간으로 임대해준 것을 시작으로 11월에는 백석동 P 모텔에 2필지 1295평을, 올 7·8월에는 대화동의 러브호텔 두 곳과 다시 1년 기간으로 연장계약을 맺는 등 지금까지 7개 러브호텔에 8개 필지 2807평을 임대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기간이 만료된 2필지를 제외하고 5개 러브호텔이 6개 필지 2301평을 임대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토공은 또 백석동 C 모텔에 290평의 토지를 올 5월경 매각했으나 아직 대금이 완납되지 않아 등기 이전이 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토공은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모텔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현재 임대계약 없이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토공은 연간 임대료로 평당 매매가의 3%를 받고 있어 이 땅들이 평당 500만원선인 일반상업용지임을 감안하면 일산 신도시 러브호텔들에게 거둬들이는 임대수입은 약 3억5000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토공이 1년 기한을 넘겨 두 곳의 러브호텔과 다시 임대계약을 맺었던 올 8월은 고양시 11개 시민단체들이 '러브호텔 난립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시청앞 시위를 벌이는 등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던 시점이어서 "공기업인 토공이 시민들의 환경권을 무시하고 돈벌이에만 급급했다"는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칠 전망이다.

고양 여성민우회 김인숙(金仁淑·46)회장은 "시민분노가 극에 이른 시점에도 공기업이 러브호텔의 성업을 부추겼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시민보다 돈만 중시하는 공기업의 처사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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