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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베니스 영화제]클린트 이스트우드 독무대

입력 | 2000-08-31 18:59:00


‘베네치아를 보고 죽어라’. 영국 시인 바이런의 예찬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환상적 아름다움이 가득한 물의 도시 베니스. 이곳에서 30일(현지시간) 밤 열린 5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개막식을 빛낸 이는 ‘더티 해리’로 잘 알려진 노장 스타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다.

그가 감독하고 출연한 ‘스페이스 카우보이’가 올해 개막작에 선정됐고, 이날 밤 베니스 리도섬의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그는 까마득한 후배 배우인 샤론 스톤으로부터 평생공로상인 금사자상을 건네 받았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할리우드 영화의 위대한 아이콘인데도 매우 과소평가돼” 왔으며 36년전에는 무명배우로 이탈리아를 방문했던 이스트우드가 비로소 올해 베니스에서 평생의 업적을 치하받고 있는 것이다.

이날 개막식에 앞서 열린 회견에서 수상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평생공로상을 받으니 이제 은퇴할 때가 된 모양”이라고 농담을 하면서 “그러나 나는 언제나 끝이 아니라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주 오랜 세월을 영화에 몸담아왔기 때문에 상을 주는 것 아닐까. 솔직히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난 매일 뭔가를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아주 우연하게 스타가 되었을 뿐”이라며 지난 날을 회상했다. 그를 스타로 떠오르게 한 영화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1964). 그 때 별로 알아보는 사람도 없는 TV탤런트였던 그는 레오네 감독이 예산에 쪼들리자 TV시리즈 ‘로하이드’에 출연할 때 입었던 낡은 의상을 재활용해 입기도 했다고. 그렇게 만든 ‘황야의 무법자’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그는 국제적 스타로 떠올랐다.

1992년 ‘용서받지 못한자’로 아카데미 작품,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배우출신 감독으로 꼽힌다. 그가 감독한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토미 리 존스(56), 도널드 서덜랜드(66), 제임스 가너(72) 등 미국 영화의 산 증인이랄 수 있는 노장배우들의 우정어린 열연이 찡한 감동을 안겨주는 SF영화다. 30일 회견장에는 이 노장 배우들이 모두 참석해 활기 찬 모습으로 성실한 답변을 하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는 할리우드 영화와 스타들로 화려하게 치러지는 칸 영화제와 달리 조촐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유서깊은 영화제답게 거장의 숨결과 새로운 재능의 발견이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전체 경쟁작 20편 중 아시아 영화가 6편이나 되는 것도 특색있다. 한국영화 ‘섬’(감독 김기덕)도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memi@orgi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