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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교수 세계정치학회장 선출

입력 | 2000-08-03 19:16:00


세계정치학회(International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IPSA) 반세기 역사에서 처음으로 한국인이 회장으로 선출됐다. 세종연구소장 겸 연세대 정외과교수 김달중(金達中)박사는 2일 캐나다 퀘벡시 힐튼호텔에서 열린 세계정치학회 제18차 세계대회에서 이사회 추천의 단일 후보로 18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3년.

49년 유네스코의 주도 아래 파리에서 창립된 세계정치학회는 현재 55개국 1400여명의 정치학 교수들이 가입해 있다. 한국은 67년에, 북한은 90년에 각각 가입했다. 52년에 가입한 일본은 85년 도쿄(東京) 유엔대의 무사코지 킨히데(武者小路公秀)교수를 회장으로 배출했다. 따라서 김교수는 동양인으로서는 두 번째 회장인 셈.

역대 회장들은 전쟁이론의 대가 퀸시 라이트 미 시카고대교수, 헌법학과 정부론의 권위자 칼 프리드리히 미 하버드대교수, 커뮤니케이션과 두뇌공학 이론을 정치학에 접목시킨 칼 도이치 하버드대교수, 종속이론의 창시자 길레르모 오도넬 브라질 상파울루대교수 등 세계 정치학계의 거장들이었다.

94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16차 대회에서 부회장으로, 97년 서울 17차 세계대회에서 수석부회장으로 선출된 뒤 이번에 회장이 된 김교수는 취임사를 통해 “21세기 정치학은 인류의 평화 증진과 인간의 복지 향상 및 인권 존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학자들은 전쟁없는 평화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일,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경제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일, 특히 불리한 조건 아래 놓여 있는 사람들이 차별 대우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개발하는 일 등에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환경 파괴는 인간적 삶의 기본 조건을 해치는 만큼 국제적으로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며 “자연과학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환경정치학’을 개척하는 정치학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지난날 사회주의권 또는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그룹에 속하는 나라들의 정치학자들이 21세기 상황에 맞게 연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빈곤과 불평등이 여전히 팽배한 나라에서 인간의 삶이 향상될 수 있는 방법을 정치학적 접근으로 찾아내자는 뜻이었다.

그는 또 여성의 정치적 진출과 여성 정치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시에 있는 세계정치학회 사무국은 내년 초에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로 이전한다. 김회장은 주로 서울에서 사무국을 지휘하게 된다.

(캐나다 퀘벡〓김학준 본사 편집논설고문·인천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