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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초보탈출]코스닥 신규종목 ‘거품’

입력 | 2000-07-12 18:33:00


코스닥이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아무리 시황이 좋지 않아도 새로 시장에 얼굴을 내미는 종목들은 기업내용이 웬만하면 열흘 가까이 상한가행진을 벌이곤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사상 최고의 공모가 기록을 갈아치웠던 종목들의 부진이 대표적인 예. 액면가 5000원 기준 40만원에 주식을 공모했던 옥션은 4일 상한가에 그쳤고, 175만원짜리 네오위즈는 3일, 150만원이었던 한국정보공학은 단 하루 상한가에 머물렀다.

신규종목들이 예상밖으로 약세를 보이는 까닭은 등록전 여러차례 증자를 거치면서 주가가 고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초기단계 싼 값에 주식을 받은 벤처캐피털은 등록후 곧바로 보유지분을 처분,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주식을 받은 공모주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는 상황.

코스닥 등록전 ‘거품’의 예를 들어보자.

자본금 2억원(액면가 500원)으로 출발한 인터넷기업 A사. 대주주 및 주변 아는 사람들에게 액면가로 추가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5억원으로 늘린다.

이 쯤이면 창업투자회사들의 ‘입질’이 시작된다. 벤처기업 지정을 받기 위해서라도 이들에게 액면가의 4배인 주당 2000원에 신주 60만주를 발행해 판다. 자본금은 8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때부터는 창투사들이 앞장서 본격적인 주가관리가 이뤄진다.

한 달 뒤 액면가의 10배인 5000원에 기관투자가 자금을 끌어들이고, 이후 코스닥등록을 추진, 공모주청약을 실시할 때는 공모가가 2만원쯤으로 정해진다.

이렇게 등록전 여러 단계 증자를 거치면서 주가가 천정부지로 높아진 종목은 청약 메리트가 크게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신생 벤처기업 투자의 속성이 ‘고위험 고수익’이라지만 이런 업체는 고수익의 기회는 사라지고 고위험만 남게 되는 것.

공모주청약을 할 때는 회사의 재무상태나 영업실적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하지만 투자기간을 짧게 가져간다면 이보다는 등록전 증자규모 가격 인수자 등 증자상황을 반드시 따져보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도움말〓하나경제연구소 장세현 연구위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