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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교수의 생명코드 풀기]게놈 데이터 슈퍼컴 없인…

입력 | 2000-07-11 18:59:00


‘블루 진(Blue Gene)’은 차세대 게놈프로젝트를 위해 IBM이 개발에 착수한 슈퍼컴퓨터다. 이 컴퓨터는 1997년 세계 체스챔피언 카스파로프를 이긴 슈퍼컴퓨터보다 1000배 빠른, 초당 1000조 번의 계산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런 연산능력은 개인 민족간 유전자차이를 나타내는 ‘단염기다형성(SNP) 지도’의 작성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단백질에 가상 화학물 수 천개를 붙이는 ‘동적 결함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신약 개발의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인간의 게놈은 글자로 치면 70억 자에 이르는 방대한 데이터다. 이를 분석해 유전자의 규칙을 밝히는데는 엄청난 속도의 연산능력을 가진 고성능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셀레라사의 성공에는 벤터소장의 비전과 ‘샷건’이라는 새로운 유전자 분석 방법의 도입, 초고속 염기서열 결정기의 개발 외에도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분석에 고성능 CPU를 병렬로 연결한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것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방대한 생물학 정보를 전산학 수학 등의 기법을 이용해 저장 가공 활용하는 새 분야를 ‘생물정보학’이라고 한다. 포스트 게놈 시대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분야가 될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 분야의 기술개발과 인력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 분야는 새로운 학문적 산업적 요구에 따라 여러 분야의 지식이 복합된 첨단영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로봇 제작에 인지과학이나 감성공학의 성과가 도입되고 새 컴퓨터 설계에 뇌의학의 성과가 응용되는 것이 한 예이다. 이러한 학문 간의 융합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회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문분야 간의 교류나 새로운 학과의 개설 등에 사회적 장벽이 엄존하는 현실에서는 첨단학문과 산업발전을 선도한 비전이 자라나지 못한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