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들과 패션 잡지 관계자들이 ‘숙녀처럼 품위 있게 옷 입기’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상류층을 겨냥한 세련된 옷들이 곧 ‘숙녀처럼 품위 있는 옷’에 관한 현실적인 정의와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최고의 베스트드레서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는 낸 켐프너부인(69)은 “나는 숙녀처럼 품위있게 옷 입는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사람이 먼저 숙녀가 된 다음, 옷은 그 사람의 모습을 반영해줄 뿐”이라고 말했다.
켐프너 부인은 자신이 입는 옷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40년간 이브생 로랑의 옷을 가장 즐겨 입었으며, 임신을 했을 때에는 파리의 파투에 주문을 해 칼 라거펠트가 만든 임신복을 입기도 했다. 그녀는 또 옷을 오랫동안 보관했다가 입는 법도 알고 있다. 기자와 만났을 때 그녀는 베이지색 스웨터와 20년 전에 산 이브생 로랑의 뱀무늬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이 돌고 돈다”면서 “옷을 오랫동안 보관하다 보면 언제나 훌륭한 옷차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옷을 오랫동안 보관했다가 입는 것은 브룩크 애스토 부인(98)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여러 가지 가치 있는 사업에 수백만달러를 기부한 바 있는 애스토 부인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숙녀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내가 옷을 아주 훌륭하게 입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옷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내가 입는 정장 중에는 수십년씩 된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애스토 부인은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온 프랑스인 하녀가 옷을 아주 잘 관리해준다며 옷을 잘 입기 위해서는 “옷이 깨끗하고 생생해야 하며,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옷을 잘 입는 것에 대한 젊은 세대의 생각은 어떨까?
신문왕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증손녀인 아만다 허스트(16)는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모두들 랠프 로렌의 폴로 셔츠와 카키색 바지를 즐겨 입었으나, 요즘은 머리를 드라이어로 깔끔하게 손질하고 섬세한 보석과 거기에 맞는 옷을 입으며 항상 화장을 잊지 않는다는 것. 또 치마를 입는 것도 변화 중의 하나라고 그녀는 지적했다. 그러나 그녀는 동시에 어깨 끈이 없는 튜브 모양의 셔츠도 숙녀 같은 옷차림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사교계의 젊은 층에 속하는 브룩크 드 오캄포(33)는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옷을 입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가 셋이나 되는 데다가, 남편인 에밀리오와 함께 사교적인 면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사진가인 조나단 베커와 함께 책을 낼 준비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옷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녀는 올해 가을 컬렉션에 자신과 같은 젊은 사교계 인사들을 겨냥해 ‘숙녀 같은 옷’을 선보인 디자이너 가운데 친구도 있었으나 “그들의 옷은 우리 모두의 캐리커처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style/053000ladies-age-fashi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