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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삼진왕 정민태-김수경 "집안싸움"

입력 | 2000-05-31 19:19:00


타자들이 홈런포에서 희열을 느낀다면 투수의 몫은 역시 삼진. 상대 타자가 방망이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스트럭 아웃 루킹(struck out looking)'을 당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투수는 힘이 솟아나기 마련이다.

올 시즌 유달리 다승, 최저 평균자책과 더불어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늠자 중 하나인 탈삼진부문 경쟁이 치열하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는 형국.

'닥터K' 경쟁은 최고 승률을 자랑하고 있는 현대의 '집안 싸움'이다.

24일 정민태는 두산전에서 삼진 7개를 더해 이전 1위를 달리던 팀 후배 김수경을 제치고 삼진 62개로 선두에 나섰다.

그러나 다음날 김수경이 삼진 3개를 더해 64개로 다시 선두 탈환.

30일 정민태는 대구 삼성전에 나와 승패를 기록하지 못해 지난해 다승왕의 자존심을 구겼지만 삼진 3개를 추가해 올 시즌 65개로 김수경을 1개 차로 따돌리고 다시 선두로 나섰다.

정민태 김수경의 탈삼진 경쟁은 90∼91년 해태 선동렬과 이강철 경쟁의 복사판 격.

당시 선동렬은 88년부터 91년까지 4년간 연속 최다 탈삼진 투수에 올랐다. 연속 탈삼진 1위에 오르긴 그가 유일하다. 이강철은 89년 4위에 오른 뒤 90년과 91년 연속 팀 선배 선동렬에 가려 2위에 머물렀다.

당시 해태 주전 투수들의 치열한 팀 내 경쟁은 곧 팀 성적의 상승을 이끌었는데 올 시즌 현대의 경우가 그러하다.

현대의 집안싸움에 도전하는 선수는 LG 장문석과 롯데 주형광.

프로 4년차이면서도 어깨 수술로 지난해 데뷔 첫 승을 올렸던 장문석은 31일 현재 5승(3패1세이브)을 거두며 삼진 64개로 김수경과 함께 이 부문 공동 2위를 지키고 있다.

탈삼진 3인방의 특징은 오른손 정통파 투수로 시속 140㎞ 후반대를 던진다는 것.

여기에 왼손 자존심을 내세우며 96년 탈삼진왕 주형광이 엄청난 속도로 추격을 벌이고 있다. 주형광은 현재 구속이 140㎞ 초반대에 머물고 있지만 자로 잰 듯한 제구력을 무기로 30일 한화전에서 올 시즌 자신의 최다인 11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공동 2위에 단 2개 적은 62개로 탈삼진부문 단독 4위로 올라섰다.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