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위기이지만, 이야기는 폭주(暴注)한다.”
최근 창간호를 낸 반연간지 ‘내러티브’ 권두언에 실린 말. 소설 영화 연극 게임 등의 골격을 이루는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서사연구회가 발간하는 서사(敍事)연구저널 내러티브가 2000년 봄 여름호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한국소설가협회는 만화 TV드라마등 여러 장르의 서사예술에 이야기를 공급할 수 있는 ‘스토리 뱅크’를 설립한다는 목표아래 26일 서울 홀리데이 인 호텔에서 세미나를 가졌다.
‘내러티브’는 서구 사회에서 이미 체계를 갖춘 학문으로 자리잡은 ‘서사학’(Narratology) 전문 연구 반연간지. 문학 연구자들 외에 영화평론가 서정남, 연극평론가 서명수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상임편집위원 우한용 (서울대 교수)은 권두논문 ‘우리 시대, 왜 서사가 문제인가’에서 “매체의 복합화 다기능화로 서사의 영역은 문학을 벗어나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역사 철학 등 타학문 영역과의 교류를 통해 여러 영역의 서사 전체를 감당할 수 있는 이론을 찾아갈 것”이라고 연구 방향을 밝혔다.
소설가협회가 준비중인 ‘스토리 뱅크’는 인터넷 상에 스토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만화 드라마 게임 등의 제작자에게 공급한다는 구상. 세미나에서 정을병 소설가협회 회장은 “순수과학이 산업의 핵심을 이루는 것처럼, 문화산업의 시대에 순수문학이 문화 산학협동의 핵심이 될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섞인’ 견해를 밝혔다. 소설가협회는 스토리뱅크 개설 2년 내에 3만편 이상의 ‘이야기’를 수집, 수록할 계획.
소설가 이인성(서울대 교수)은 “스토리는 문학의 일부를 이루는 재료”라며, “현대 미국 대중문학에서 나타나듯이 스토리를 문학의 본질로 혼동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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