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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침]정수홍/새벽고속도 가르는 희망의 출근길

입력 | 2000-04-28 19:34:00


회사 경영을 맡은 96년 이후 나는 중압감 때문에 새벽잠을 깨기 일쑤였다. 침대머리에서 회사 걱정으로 한숨만 푹푹 내쉬다 보니 아내의 새벽잠마저 설치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시작한 것이 새벽 자동차 드라이브다.

매일 오전 5시반경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집을 나와 공장이 있는 천안까지 새벽을 가르며 고속도로를 달린다. 어둠을 가르며 차를 몰다보면 회사에 도착할 때쯤이면 어느덧 멀리서 동이 터온다. 그리고는 눈깜짝할 사이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세상이 환해진다. 진부한 표현 같지만 ‘어둠 후에는 반드시 밝음이 온다’는 진리를 아침마다 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IMF의 수렁 속에서도 ‘매일 맞이하는 아침처럼 이 어둠이 결국은 걷힐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버틸 수 있었다.

텅빈 고속도로를 달리며 남보다 먼저 하루를 계획하는 맛, 일찍 출근한 직원들과 격의없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즐거움…. 천안 공장에서 직접 처리할 일이 없는 날도 내 차는 습관처럼 고속도로 위에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오로지 일밖에 모른 채 살아온 나에게 새벽 드라이브는 너무도 소중한 ‘취미 아닌 취미’가 돼 버린 것이다.

정수홍(PKL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