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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사할린 귀국 동포들 "조국서 첫 주권행사"

입력 | 2000-04-13 19:42:00


“조국에서 처음 투표를 해보는데 투표방식은 사할린과 매 한가지구먼.”

올 2월 영주 귀국해 사할린동포 정착촌인 경기 안산시 사동 ‘고향마을’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는 여인도(呂仁道·76) 김정숙(金正淑·75)씨 부부는 13일 오전 8시 20분 사1동 제4투표소인 성안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뒤 환하게 웃었다.

여씨는 “후보들이 다 괜찮은 것 같아 누구를 찍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동안 합동연설회에도 두 차례나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할린에는 후보자 연설회가 없으며 신문이나 법정 홍보물에 나온 약력만 보고 후보를 선택한다”고 소개했다.

44년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갔던 여씨는 같은 고향(대구) 출신인 김씨를 만나 결혼했고 출가한 두 딸과 손자 4명을 사할린에 남겨둔 채 귀국했다.

고향마을 입주자 800여명 가운데 주민등록신고를 마쳐 이번에 투표권을 행사한 동포는 270명. 다른 사람들은 실제 생년월일이나 이름이 호적기록과 일치하지 않아 신원조회가 늦어지는 바람에 투표권을 갖지 못했다.

한편 지난해 3월 귀국해 인천 연수구 연수 3동 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 살고 있는 사할린 동포 94명 중 76명도 이날 연수중학교에 마련된 제3투표소에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43년 사할린 탄광으로 끌려갔었다는 최규성씨(80)는 “우리들의 어려움을 도와줄 것으로 보이는 후보에게 표를 찍었다”고 말했다.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