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접어든 4·13총선이 황사로 뒤덮인 듯 혼탁하다. 선거 전 마지막 주말 유세를 앞두고 여야는 상대의 금품살포 의혹을 터뜨리며 비방전에 열을 올리고 관권·역(逆)관권 공방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특히 공식선거전에 들어가기 전부터 말썽이 됐던 관권선거 시비는 급기야 야당이 총선 후 국정조사를 공언할 정도로 문제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병역비리 검군 합동수사반이 6일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의원에게 출두할 것을 통보함으로써 관의 선거개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합수반은 김의원이 아들의 병역을 부정한 방법으로 면제시킨 혐의를 잡아 소환통보했다고 밝혔으나 김의원은 “선거를 앞둔 야당 탄압수사”라며 불응했다.
병무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누구든 철저히 수사해 응징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선거를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에 야당 후보자를 소환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떳떳해 보이지 않는다. 합수반 말마따나 김의원의 비리 구증을 확보했다면 1주일 새 그 증거가 달아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소환을 서두르고 또 혐의사실까지 발표하는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본란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합수반이 병역비리관련자 소환조사 방침을 밝혔을 때도 ‘총선용 수사’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정치인에 대한 소환조사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야당후보를 소환하니 선거 막판에 여당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해주려고 관이 나선 것이란 의혹을 자초한 꼴이다.
여야가 벌이는 금권선거 시비도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며칠 전 대구에서 여당의 여성 조직책이 유권자 명단과 현금 600여만원이 든 돈가방을 갖고 있다 적발된 뒤 불거진 돈선거 문제는 여야가 상대측 의혹을 부풀리며 선거판을 더욱 혼탁하게 하고 있다.
경찰은 선거와 관련해 현금을 주고받은 운동원과 유권자만 80여명, 향응제공까지 포함한 금전사범은 360여명이나 적발했다고 밝혀 금품살포는 15대 때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이같은 금권 관권선거 시비는 이번 주말 유세와 선거운동 막판에 더욱 기승을 부릴 게 틀림없다. 납세실적이나 병역, 전과 공개 등으로 후보들의 신상이 비교적 투명하게 밝혀졌으므로 이로 인한 약점을 뒤엎으려고 금전살포와 흑색선전에 관권을 동원하려는 후보들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선관위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물론 유권자들도 투표 당일까지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