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규정 미비▼
16대 총선 후보 등록 후 불거진 논란 가운데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대목은 재산은 많은데 왜 납세실적은 신통치 않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해당 후보 대부분은 29일 “선거법이 납세신고 대상을 특정 세목으로 제한해 실제 납부 세액을 제대로 밝힐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재산 61억3305만원에 재산세 0원을 신고한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경기 수원팔달)후보는 “보유 재산의 대부분이 토지인데 재산세 신고 대상에 종합토지세는 제외돼 신고 세액에 실제 납세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최근 2년간 상속세 8935만원과 종합토지세 342만원 등 9658만원의 세금을 냈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울산동)후보도 재산세 납부액이 1975만원으로 2783억원의 재산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로 선거법 규정 미비를 꼽았다. 보유 부동산이 거의 없고 재산의 대부분이 주식이어서 신고 대상에 포함된 재산세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후보들의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아무리 선거법 규정이 문제라고 하더라도 재산 규모에 비해 납부 세액이 턱없이 적은 것은 그만큼 내야 할 세금을 덜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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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명의 유명무실▼
후보들이 신고한 재산 및 납세실적 내용을 보면 보유 재산 대부분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명의여서 자기 이름으로 낸 세금이 거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민련 이택석(李澤錫·경기 고양일산갑)후보도 여기에 속한다. 이후보측은 6억7763만원의 재산을 신고했으나 재산세 납부실적이 전혀 없는 데 대해 “서울 신수동 주택과 경기 고양일산지구 택지 등이 모두 부인이나 아들 명의여서 후보 개인의 납세실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강원 동해-삼척)후보 역시 같은 이유로 재산 신고액은 6억5615만원이나 재산세 납부금이 없었다. 최후보측은 이에 대해 “재산세 과세 대상인 부동산이라고는 부인 명의의 가옥 한 채뿐이어서 후보 개인 이름의 부동산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양경자(梁慶子·서울 도봉갑)후보측도 “아들이 보유하고 있는 벤처회사 주식의 평가이익이 늘어 재산이 32억원이 됐으나 후보 개인 재산과는 무관해 재산세 실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몰라도 후보들이 굳이 재산을 가족 이름으로 해놓은 데에는 무엇인가 다른 꿍꿍이속이 있을것이라는 테고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자기 명의로 낸 재산세가 한 푼도 없는 사람을 선량(選良)으로 뽑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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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貧者?▼
16대 총선에 나서는 정치신인 가운데 변호사 출신들은 ‘가난한 변호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97년 기준으로 뽑은 1인당 연간 평균세액은 3900만원. 그러나 정치 신인 변호사 출신 44명 가운데 73%에 이르는 32명이 평균세액 이하의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신고됐다.
경기 수원권선의 민국당 진재범(秦在範)후보는 재산 2억5900만원에 16만원만 납세해 눈길. 진후보측은 “98년 10월까지 미국에 있다가 귀국해 소득세 부과대상기간이 2개월여에 불과했다”고 설명. 1264만원의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난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울산 남)후보는 “전주지검장으로 있다가 99년 3월 개업했기 때문에 신고한 소득세는 검사장 재직시의 납부세액”이라고 해명.
반면 대구 중구에 무소속 출마한 임철(林哲)후보는 재산 15억1700만원에 3억3714만원의 세금 납부 실적을 공개해 엄청난 편차를 나타냈다.
정치 신인 변호사들이 일반 변호사에 비해 납세 실적이 저조한 것은 정치 활동을 하느라 본업에 덜 치중했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
그러나 영남지역에 출마한 한 변호사 출신은 “변호사들이 대체로 소득을 줄여 신고하는 게 관행”이라며 “정치를 하겠다면 그런 관행을 타파해야 하는데 이번 신고 내용으로 볼 때 신고가 솔직했느냐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의사 출신 중에서도 3년간 1억원이 넘는 소득세를 신고한 후보는 부산 사상의 이은수(李恩洙·민주), 제주 서귀포-남제주의 고진부(高珍富·민주)후보 두 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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