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는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대선 주자들이 ‘한국의 휴전선을 지키고 있는 3만7000명의 우리 젊은이들’ 운운하면 언제나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클린턴행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은 선거전의 핵심 이슈로 주자들의 토론 대상에 자주 오르고 있다. 직접적인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대북정책의 성과를 내세우려는 민주당측과 이를 실패한 정책으로 폄하하려는 공화당측간의 설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96년 대선 때는 공화당의 돌후보가 “북한이 핵폭탄 6개를 제조하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확보했다”며 대북 지원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돌후보가 당선되면 마치 94년 북-미 제네바합의가 깨질 것 같은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이번 미국 대선은 아직 당내 경선과정이기는 하지만 공화당의 매케인후보가 대북 ‘폭탄발언’을 터뜨려 관심을 끌고 있다.
▷매케인은 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에서 부시 후보에게 참패하기는 했지만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는 예상외로 부시를 이기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 매케인후보가 최근 CNN토론 프로에 나와 “북한 이라크 리비아 등 세 나라가 지속적으로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애쓰는 나라”라며 “당선이 되면 이들 정부를 전복시키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세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클린턴행정부와 한창 접촉중인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나게 기분 나쁜 말’임에 틀림없다.
▷매케인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미 해군 장군출신이다. 매케인 자신도 폭격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가 5년간 포로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전형적인 무관집안 출신이어서인지 항상 직설적이고 솔직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북한정부를 전복시키겠다는 그의 발언은 아무래도 적절치 못하다. 매케인의 발언대로라면 미국은 그야말로 국제사회에서 완력만 휘두르는 ‘람보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그같은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체제유지문제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북한을 쓸데없이 자극할 우려가 있다. 한반도문제에 관한 한 미국 대선 주자들도 말을 골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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