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이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18일 16대 총선에 출마할 1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총선주자’들의 면모가 대부분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이날 227개 지역구 중 215곳, 그리고 자민련은 106곳의 공천자 명단을 밝혔다.
한나라당의 공천에서는 이른바 계파 보스나 지역 맹주, 또는 다선(多選) 터줏대감 등 구(舊)정치인들이 대거 탈락했다. 과거 민정계 민주계 원로나 중진인사들이 상당수 배제됐다. 대신 신진 영입파 인사들을 서울과 수도권에 대거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한편에서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물갈이’와 ‘세대교체’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역시 총선시민연대가 선정한 공천반대인사 30명 중 절반을 그대로 공천했다. 여전히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개혁의 수준과 한나라당의 공천기준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민련이 발표한 공천자는 대부분 비경합지역의 현역의원과 원외지구당위원장들로, 경합이 치열한 대전과 충청권 지역 공천은 상당수 보류됐다. 자민련은 처음부터 시민단체의 주장을 무시하겠다고 공언하기는 했지만 비리 전력 등으로 시민단체의 ‘낙천대상’에 들어있는 사람들을 거의 그대로 공천했다. 자민련이 아무리 ‘보수’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시대변화에 따라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하지 않고는 ‘보수’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천과 관련한 이상한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아직 전국구후보 명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어느 어느 의원은 전국구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전국구의원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지역구 진출이 용이하지 않은 직능대표나 전문가들을 위한 자리다. 지역구에서 탈락한 사람을 봐주는 장치가 아니다.
이번 공천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들이 공천 부적격자 명단까지 발표하는 등 어느 때보다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막상 각당의 공천과정과 내용을 보면 밀실담합이나 보스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한 낙점식 공천 등 구태가 그대로 묻어 있다. 이제는 유권자들이 잘못된 공천을 심판하는 순서만 남아 있다. 그리고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위헌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는 각 정당의 공천 관행이 하루빨리 민주적 시스템으로 혁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