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한 유아교육기관에서 외국인과 장애인에 대한 만 4∼5세 유아의 의식을 조사했다. 인형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유아들은 외국인의 경우 백인 여자 인형을 가장 많이 갖고 싶어했으며 흑인 인형은 더럽다고 집어던졌다. 몸이 온전하지 않은 장애 인형도 병신이라는 이유로 집어던졌다.
몇 주간 반편견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흑인 인형을 끌어안고 사과를 하고, 흑인 인형과 놀이를 하고 싶어 적은 수의 인형을 나누어 가지려고 장시간 기다리기까지 했다. 장애 인형도 마찬가지였으며, 장애 아동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같은 또래의 아이들로서 서로 도와가며 과제를 해결했다.
언론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백인 여성과 남성들은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과 친절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백인이 아닌 중국인이나 동남아인 흑인 인도인 등은 한국인에 대해 어떠한 말들을 하는가? 잘 사는 나라 사람으로 보이는 백인과 일본인을 제외한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의식은 4∼5세 유아들이 보이는 행동과 얼마나 다를까?
필자는 1999년 11월부터 12월까지 5주 동안 이스라엘 외무부 산하 국제협력센터에서 주관하는 유아교육 연수에 참가했다. 이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가의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나 유아교육 관계자 등을 초청해 이스라엘을 전세계에 알리려고 마련한 것이다.
그라나다 모리셔스 키프로스 벨로루시 케냐 짐바브웨 등 개발도상국에서 초청받은 사람들은 그 나라에서는 지위가 있는 인사들이지만 대체로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주관하는 센터의 임원들은 모두 협력해 정성을 다하고 늘 점검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즉각 반영했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 유치원을 방문하였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과 초청자들을 한 사람씩 맺어주어 하루 활동을 하도록 계획했다. 그런데 아이들 중 일부 국가에서 온 초청자와 짝이 된 아동들이 흑인이라서 그들을 피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센터의 소장은 눈물을 글썽이며 정중히 사과를 했다. 물론 여기에 초청된 사람들은 각국에서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고 초청한 사람들에 대한 예우도 있다고 하더라도 소장과 임원 그리고 음식과 세탁을 담당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하나가 되어 정성을 다하는 태도는 이스라엘의 인상을 매우 좋게 했다.
이제 세계는 하나의 마을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피부색이나 부자나 가난함, 내가 아는 나라, 아는 사람 혹은 모르는 사람 등의 잣대로 편견과 차별을 가지려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모르는 곳, 모르는 사람들이 더 흥미로운 것이 아닐까?
‘브르노씨, 한국을 다녀보니 어때요?’ 하는 공익광고가 있다. 백인인 브르노씨뿐만 아니라 황인종 흑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광고가 끊임없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백인 선호사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 많은 사람이 있고 그들은 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다. 어른들의 편견이 우리 아이들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늘 미국 민요가 흘러나오는 도어벨,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서구식 문화 및 영어. 특히 TV에서 한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백인들. 이들이 혹시 우리의 아이들을 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얀 바나나 인간을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
내가 외국에 나가 차별을 받았을 때는 무척 속이 상했다. 그러한 대접을 받지 않으려면 나부터 갖가지 명목의 차별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보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어른이 이러한 태도를 보일 때 아이들은 쉽게 따라 배운다. 특히 TV의 역할은 매우 크다.
오은순(공주문화대학 유아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