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되면 나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이들이 가정환경조사서를 가지고 와 써달라고 한다. 칸을 메워나가다 보면 부모의 학벌을 쓰는 칸을 만난다. 해마다 이걸 써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시골이 고향이다.
고향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하다 보면 “많이 못 배운 게 한이 되고 자식들한테까지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울먹이면서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다. 가난한 농촌 살림에 형제가 많다보니 중고등학교 가기도 어려웠다.
못 배운 한을 안고 사는 것도 가슴 아픈데 아이들 학교에까지 학벌을 통보해야 하는 사회가 야속하기만 하다.
유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