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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12세소녀 水魔탈출기]"날밝자 눈앞엔 지옥"

입력 | 1999-12-23 18:52:00


미국 ABC방송은 22일 볼리바르 베네수엘라의 수해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12세 소녀 멜라니 클레멘테의 탈출기를 통해 지옥같던 재난의 순간을 생생히 소개했다. 다음은 그 요지.

바르가스주 로스 코랄레스의 친척집에 머물던 클레멘테는 15일 새벽 천둥번개가 몰아치고 이웃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잠을 깼다. 클레멘테는 삼촌 사촌언니 등과 함께 신발도 신지 못한 채 파자마 차림으로 집밖으로 나섰으나 이미 물이 허리까지 찰 정도로 동네를 삼켰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담을 잡고 나아가던 중 사촌 카렐리스가 갑자기 떠밀려온 진흙더미속에 파묻혔다. 클레멘테는 목까지 흙에 잠긴 카렐리스를 간신히 끌어냈다. 흙더미 속에는 여러 구의 시체가 뒤엉켜 있었다.

클레멘테 일행이 겨우 4층짜리 아파트 건물에 도착했으나 주민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삼촌이 권총을 꺼내자 겨우 문이 열렸으나 아파트로도 황토물이 쏟아져 들어와 옥상으로 대피해야 했다.

날이 밝자 눈앞에 지옥같은 모습이 펼쳐졌다. 죽은 아기를 가슴에 안은 엄마들, 머리만 보이는 어린이 시체 등 수십구의 시체가 물위를 떠다녔다. 사방에서 ‘살려달라’는 절규가 들려왔지만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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