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은 어제 베를린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미사일발사를 유예하는 대신 미국은 대북(對北)경제제재를 완화해 나가기로 합의한 모양이다. 북―미(北―美)간의 이같은 합의는 94년 제네바 핵합의에 이어 앞으로 양국관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한반도정세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날 언론 발표문을 통해 “(미국의 대북)경제제재와 (북한의)미사일문제를 포함한 현안에 대해 건설적인 토론을 가졌다”며 양측이 동북아시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천명했다.
이같은 북―미간 합의대로라면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종식시키는 데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양측이 앞으로도 더욱 호혜적인 자세로 합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이나 핵문제 등 현안은 이해당사국들간에 절충점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은 난제다. 그 때문에 비록 북―미 양측이 어제 회담에서 문제해결의 큰 방향에 대한 합의는 했다 해도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다시 미사일에 ‘손’을 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해제문제도 항상 유동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양측이 얼마나 서로 신뢰를 갖고 문제해결에 성의를 다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북한이 명심해야 할 일은 그같은 신뢰와 성의를 보이는 것이 바로 오늘의 경제난국을 타파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참석중인 한미일(韓美日) 3국 정상들도 어제 북한이 호의적으로 나올 경우 “북한과 관계개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3국 정상이 북한에 대한 ‘외교적 보장’을 해 준 셈이다.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그와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평양당국이 만의 하나 이같은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간과한다면 더이상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
북한은 이제 남한에 대해서도 적대정책을 버리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미국이 이번에 북한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대북 포괄협상안도 따지고 보면 우리와 우방국들간의 철저한 공조의 산물이다. 북한은 우리의 당국간 대화 제의에 화답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