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野 지도부
한나라당의 정국대응이 불안한 주식시장처럼 널을 뛰는 모습이다.
6일 검찰의 ‘세풍(稅風)사건’ 수사 일단락에 따라 ‘정국정상화’로 가닥을 잡았던 당의 입장도 하루만에 뒤집혔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7일 오전 검찰의 세풍 수사발표 내용을 극력 비난했다.
“한마디로 악랄하고 지능적인 정치검찰이다. 용인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전형적인 정치공작이다. 여당 대선자금 문제는 덮어버리고 확실한 증거도 없이 설을 흘려 이회창(李會昌)총재를 흠집내고 있다. ‘박통’때는 안기부를, ‘전통’때는 경찰을 동원하더니 이 정권은 검찰을 악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하총장은 “이렇게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총재회담이 될 수 있겠느냐”며 흥분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도 “세풍사건 수사결과 발표는 ‘야당죽이기’로 일관된 것이었다. 총재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게 우리 당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반응은 하총장 자신이 6일 검찰 수사발표 이후 “여권이 총재회담을 제의해 온다면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제의가 오면 논의해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완전히 상반된 것.
이에 대해 하총장은 “어제는 검찰 발표의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공당의 사무총장이 이미 발표된 내용조차 모른 채 총재회담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사실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
더구나 6일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총재의 세풍사건 사과와 서상목(徐相穆)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세풍의 망령’을 떨쳐버리고 싶어하는 기류가 뚜렷하게 감지된 게 사실.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서의원의 의원직 사퇴 사실이 보고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기류는 이날 밤부터 돌변했다. 이총재가 조간신문 가판에 난 ‘여야 세풍 빅딜설’과 ‘이총재가 세풍에 관여했다는 정황있다’는 검찰 발표에 격노했다는 것. 총재의 격노로 당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배경이야 어떻든 하룻밤 사이에 뒤바뀐 한나라당의 대응에 따라 정국은 다시 한번 미로(迷路)를 헤매게 됐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