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은 물길을 헤치고 ‘논산훈련소’로 떠났다. 부모님은 ‘그 아들’과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논산으로 함께 갔다. 덕분에 어머니가 경영하고 있는 작은 세탁소인 ‘클린 클린 빨래방’은 흙탕물로 가득차 있었다.
찢어진 청바지에 흰 가운을 걸친 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미혼 간호사 박지분(朴志粉·23)씨. 성균관대의대 강북삼성병원의 박간호사는 오랜만에 고향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 ‘동생들’과 ‘흙탕물과 땀의 뒤범벅 속’에 5일 재회했다. 동아일보사와 대한병원협회가 함께 펼치고 있는 ‘사랑의 의료봉사’ 요원으로 고향인 경기 파주시에서….
5일 오후3시경 파주시 연풍초등학교 2층 음악실에 마련된 강북삼성병원 ‘이재민 무료진료소’. 박간호사는 의사 동료간호사 약사와 함께 이재민에게 약을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고 파상풍예방주사를 놓아주고 있었다.
박간호사는 1일 서울 종로구 행촌동 자취방에서 파주시 문산읍 방동리 ‘본가’ 건물인 아파트가 2층까지 물에 잠겼고 인근 파주읍 연풍리에 있는 어머니의 ‘빨래방’도 완전히 침수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느라 물난리 나흘만에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선배인 오연주간호사(26)가 대신 일을 봐주겠다고 나선 것.
박간호사가 고향에 도착했을 때는 남동생 경진씨(21)와 부모님은 이미 논산으로 떠난 뒤였다. 그는 세탁소와 집을 추슬러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박간호사는 진료소에서 승용차로 5분이면 갈 수 있는 집 대신 봉사활동을 택했다.
“응급치료의 중요성을 알기에 자리를 뜰 수 없습니다. 이재민들이 이웃이어서 이들을 돕는 것이 곧 저를 돕는 것입니다.”
〈파주〓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