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일 신형 미사일 발사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미국과 일본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한의 미사일 추가발사 움직임과 중국―대만간 긴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 자체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수 없다. 중국의 미사일개발 현황과 관계국의 입장을 긴급 점검한다.》
중국이 2일 미사일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미국과 일본은 즉각 논평을 냈다. 논평 내용은 극도로 신중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내부적으로 사태추이를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제임스 루빈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수천번의 미사일 발사실험을 통해 중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실험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에 북한은 이제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갖춘 국가가 되려 하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을 저지해야 한다”며 “북한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미사일 발사실험은 상당기간 예상돼왔던 것이어서 대만과의 현안에 연계된 것이라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그동안 군사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중국이 정보를 공개한 것은 긍정적인 진전”이라고까지 논평했다.
루빈의 논평은 중국 미사일 발사실험의 불똥이 북한이나 양안(兩岸·중국―대만)관계에까지 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외상은 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중국의 미사일발사실험이 대량파괴무기 감축이라는 국제적 흐름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는 않다”면서도 “실험이 중국 내에서 이뤄져 국제법에 직접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을 직접 비난하면 중일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도쿄신문은 “일본정부는 중국의 미사일 발사실험을 두가지 측면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첫째는 “인공위성(미사일) 발사는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라고 주장해온 북한에 미사일 재발사의 구실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이 사전에 외국에 알리지 않고 발사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북한이 사전통고 없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제재할 명분이 약해졌다.
둘째는 이번 실험으로 미―중관계가 나빠지면 중―일관계 악화와 아시아지역 긴장고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중국은 무기첨단화를 바탕으로 미국과 대만에 대해 좀더 강경한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도쿄〓홍은택·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중국의 미사일개발 현황▼
중국은 2일 관영신화통신을 통해 신형 장거리 지대지 탄도 미사일 발사실험에 성공했다는 사실만 발표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을 ‘둥펑(東風)31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둥펑 31’은 사거리 8000㎞로 700㎏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45년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떨어진 원폭의 수십배다.
미국 의회의 ‘콕스보고서’ 등에 따르면 중국은 미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1만1931㎞의 ICBM ‘둥펑 5’ 약 20기를 이미 실전배치했다. 15년내에 이를 100여기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거리가 더 늘어난 ‘둥펑 41’도 개발중이다.
‘쥐랑(巨浪)2’로도 불리는 ‘둥펑 31’은 ‘둥펑 5’보다 사거리가 짧지만 핵잠수함에도 탑재해 이동식 발사를 할 수 있다.
중국은 70년대초 미사일과 로켓 개발을 본격화했다. 80년에는 사거리 5440㎞의 첫 ICBM ‘둥펑 4’를 개발했다. 이는 인도 러시아 괌까지 도달할 수 있다.
사거리 6400㎞ 이하의 중단거리 미사일로는 ‘둥펑 15’를 보유하고 있다. 95∼96년 대만해협 위기 때 발사된 이 미사일은 핵탄두와 수소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이동식 미사일 ‘둥펑 11’은 파키스탄에 수출됐다. 구소련의 SA2 지대공 미사일을 개량한 CSS8은 이란에 판매됐다. 사거리 1760㎞인 ‘둥펑 21’은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중 유일하게 일본까지 도달할 수 있다.
중국은 잠수함 탑재로 이동발사가 가능한 ‘둥펑 21’ 개량형(쥐랑 1)도 개발중이다. 쥐랑 1,2가 동북아 전역미사일의 주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70년 4월 첫 위성발사 성공후 장정(長征)시리즈 로켓개발에 나서 9가지를 만들었고 3가지를 개발중이다.
〈구자룡기자·베이징〓이종환특파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