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살 청년의 손끝으로 한국 프로야구 18년 역사가 다시 쓰였다.
삼성 ‘라이언 킹’ 이승엽. 그가 마침내 43홈런으로 신기원을 열었다.
99년 8월2일 8시12분 대구구장.
앞 두타석에서 범타에 그쳤던 이승엽이 2―2인 5회말 선두타자로 숨을 고르며 타석에 섰다. 상대투수는 롯데 문동환.
초구에 몸쪽으로 142㎞짜리 직구가 오자 이승엽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타구는 우중간 스탠드를 향해 쏜살같이 날았고 문동환은 홈런을 직감한 듯 고개를 떨궜다.
125m짜리 역사적인 43호 아치.
대구 구장을 가득 메운 1만3000여 관중의 기립박수 속에 이승엽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뛰기 시작했고 43발의 축포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로써 이승엽은 지난해 두산 우즈가 124경기만에 쳐낸 42홈런을 넘어 99경기만에 43홈런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삼성은 4―4 동점인 9회말 1사후 4번 스미스의 끝내기 홈런으로 롯데를 5―4로 누르고 홈 3연전을 모조리 쓸어담았다. 스미스는 12경기 연속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롯데는 속절없는 8연패.
한편 군산(쌍방울―해태)경기와 잠실(두산―LG) 수원(현대―한화) 연속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대구〓김상수기자〉ssoo@donga.com
△대구(삼성 9승1무5패)
롯데 000 200 101 ㅣ4
삼성 000 220 001 ㅣ5
승 임창용(8회·11승2패26세)
패 강상수(8회·4승5패14세)
홈 마해영(4회2점·28호·롯데) 이승엽(5회·43호) 김한수(5회·15호) 스미스(9회·29호·이상 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