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지칠 무렵, 비 내리는 날을 골라 숲으로 가자. 나뭇잎에 걸려 투명하게 부서지는 빗방울. 그 투명함에 비친 온통 푸른 세상. 비 내리는 여름 숲은 시원하다. 뿌연 물안개에 흠뻑 몸을 적시면, 보일듯 말듯 이내 사라져버리는 길, 길.
‘한 사흘/비가 내렸다/길이 다 젖었다/…/길은 다시 외롭고 낯선 곳이 되었다/나뭇잎들이 후두둑 몸을 흔들어/끝에 맺힌 작은 방울을 떨구어낸다/…/어두워졌다/기다려보자/조금 더, 조금만 더’(정한용의 ‘관목숲에 들어’ 중)
강원 영동 남부지방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한두 차례 비. 아침 18∼21도, 낮 21∼28도.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