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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민영미씨 일문일답]『귀순종용한 적 없었다』

입력 | 1999-06-29 18:42:00


29일 오전 11시반경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은행2동 자택으로 돌아온 민영미(閔泳美·35)씨는 실감이 나지 않는 듯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열하루만에 돌아온 집이지만 11개월보다 긴 공백이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던 탓일까.민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 중간중간 악몽이 떠 오르는 지 눈자위가 붉어지기도 했다.

-집에 온 소감은

“너무 기쁘다.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북한에 억류돼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가족 생각이 많이 났고 어쩌면 살아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로서 억류 6일간의 생활은 견디기 힘들었을텐데…

“오직 살아야 한다는 생각과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진실’을 털어놓지 않으면 얼마든지 계속 가둘 수 있다고 말해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떨칠수 없었다.”

-언제 귀환할 것을 알았는가

“돌아간다는 통보는 없었다. 그러나 25일 아침 북한관리가 ‘잘 잤느냐.몸은 괜찮냐’며 어느 때보다 부드럽게 물어와 ‘혹시 보내주는 게 아니냐’는 희망을 가졌다. 오후 5시경 북한관리들이 ‘가방을 챙겨라 급히 서둘러 갈 데가 있다.그동안 수고했다’고 말했을때 마침내 ‘돌아간다’는 확신을 가졌다.”

-북한에서 무슨 조사를 받았나.

“환경감시원에게 귀순종용을 했으며 (남측정부의) 지시에 따라 귀순종용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과 이를 자술서로 쓰라고 강요했다.”

-실제 귀순종용을 했는가

“아니다. 20일 구룡폭포를 지나 하산하던 도중 환경감시원에게 ‘우리가 금강산에 오듯이 통일이 빨리 돼서 여러분도 남한 구경하며 왕래했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전철우와 김용씨 얘기도 ‘그들이 TV에 나와 우스운 말도 하고 재미있게 사는 듯하다.냉면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맛이 독특하다.여기서도 그 맛을 볼 수 있느냐’고만 했을 뿐이다.”

-그 말을 했을 때 환경감시원 반응은 어땠는가.

“‘통일이 되면 서로 왕래할수 있다’는 말을 문제삼아 그자리에서 관광증을 빼앗고 벌금 100달러를 부과했다.벌금을 낸 뒤 관광증을 돌려받았는데 세관으로 가던 중 다시 압수당했다.”

-북한관리들이 무장한 상태에서 조사를 했다는 얘기는 사실인가.

“아니다. 밖에 있던 초병들만 권총을 찼을 뿐 안에서 조사하는 관리들은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환경감시원과 대질했다는데….

“콘테이너 박스에서 반성문 2장을 쓴 이후 대질했으나 환경감시원은 ‘남한에 가서 같이 살자고 그랬다’고 진술하는 등 서로의 주장이 너무 달라 큰 소득은 없었다.”

-자술서를 강요할 때 북측에서는 뭐라고 했는가.

“지시에 따라 세뇌교육을 받았는지 대라고 했다.그에 대해 나는 ‘아니다. 나는 관광객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자술서는 몇차례 썼나.

“금강산 관광 당시 환경감시원이 요구한 벌금 약식문서까지 포함하면 총 6차례 썼다.일종의 반성문 형식의 글이었다.”

-북측의 수사과정에서 고문이나 신체적 위해는 없었는가.

“그런 것은 없었다. 금강산여관으로 옮겨진 뒤에는 의사들이 대기할 정도로 부드러웠다.다만 진술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하기는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집에 머물며 통원치료를 더 받아야 할 것 같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가져야겠다.”

-만약 기회가 있다면 금강산을 다시 가겠는가.

“비록 이번 경험이 악몽과도 같은 것이지만 금강산의 유려한 광경은 장관이었다. 언제든지 다시 한번 가고 싶다.”

〈김상훈·이완배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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