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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설국」

입력 | 1999-06-25 18:48:00


▼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청림출판 ▼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눈 내리는 고장 설국이 나타났다’. 이렇게 시작되는 일본소설 ‘설국’.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이다. 명작이어서 국내 번역본도 적지 않다. 현재 서점에서 구해볼 수 있는 ‘설국’은 8종.

이중 선두주자는 단연 청림출판의 ‘설국’이다. 91년11월 초판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모두 5만부가 나갔다. 올해 들어서만 반년도 안되어 무려 1만부가 팔렸다. 고전에 가까운 소설이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팔린다는 것을 놀라운 일이다. 출판사도 의아해한다. 혹시 무슨 TV드라마나 영화에 ‘설국’ 얘기가 나온 것은 아닌가 해서 여기저기 알아보기까지 했을 정도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 다만 일본문화 개방, 일본 신세대 소설의 인기에 힘입은 것이 아닌가 분석해볼 따름이다.

‘설국’의 5만부는 10만부 이상의 의미가 있다. 번역본이 많아 서로 판매 부수를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한 출판사의 90년판은 2만부, 다른 출판사의 88년판은 1만부, 또다른 출판사의 일본어 독해용 93년판도 1만부가 나갔다.

그 치열한 경쟁에서 청림출판의 ‘설국’이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힌 비결은 무엇일까.

청소년을 주독자층으로 삼아 집중 공략했던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 편집 번역도 청소년 성향으로 했다. 표지 디자인은 소년 소녀 취향을 생각해 팬시상품 냄새가 물씬 풍기도록 했다. 처음부터 성인독자는 포기한 것이었다. 번역에도 신경을 썼다.

이 소설은 특별한 스토리가 없어 청소년들이 어려워할 작품이기도 하다. 출판사는 그래서 최대한 쉽게 번역을 하려고 했다. 이같은 전략들이 적중한 것이었다.

2만부를 판매했다는 출판사도 청림출판의 최근 강세에 자극을 받았는지 번역과 디자인을 고치고 판형도 바꾸어 새로운 ‘설국’을 펴낼 계획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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