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름대로 생각하는 불법타락 선거 근절 방안을 제시했다. “양비론(兩非論)은 국민의 정치혐오 만 가중시킬 뿐이다.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서 잘못한 사람에게 반드시 불이익을 받게 해야 선거풍토가 개선된다. 올바른 선거관리를 위해서는 선관위가 여당에 약간 더 가혹하게 해야 한다. 내가 중앙선관위원장 때는 그런 식으로 했다.”
여권이 유례없는 금권타락선거를 치렀는데도 선관위와 언론이 양비론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타락상이 부각되지 않았다는 게 이총재의 하소연이다. 또 여권의 타락을 방치할 경우 자칫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게 한나라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이날 한나라당은 ‘3·30’ 재보선을 지난해 부산 해운대―기장을, 경기 광명을 선거에 못지 않은 타락선거로 규정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이번에는 반드시 부정선거 사례를 파헤칠 것”이라며 “특히 흑색선전과 관련해서는 여당의 대변인 발표와 후보자 및 찬조연사의 연설내용을 정밀 검토해 검찰에 고발조치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여권은 한나라당이 여당을 매도하는 것 자체가 흑색선전이라고 주장한다.
여권은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이 불법적으로 사랑방좌담회를 개최했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신중대(愼重大)후보 등 야당측의 허위선전을 법적으로 문제삼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여야의 이같은 결의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에게 직접 당선무효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당선된 후보들의 임기가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아 선거재판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