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을 잃은 것은 물론 어민들은 의욕마저 빼앗겼다. 한일어업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조직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갖가지 ‘수난’을 당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다 느닷없이 나포되는가 하면 그물도 건지지 못하고 쫓겨나기도 했다.
★일본의 어선나포★
한일어업협정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1,2월 중 일본측에 나포됐던 한국어선은 8척. 전부 풀려나기는 했지만 선원들은 당시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월23일 일본에 나포됐던 부산선적 저인망어선 제2복천호(13t) 선장 이복조(李福助·45)씨는 “나포 당시 포승줄로 묶이고 폭행까지 당했다”며 “이제 바다는 쳐다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그물등어구포기★
1월22,23일 일본수역에서 조업하던 우리 어선 3백36척 중 71척이 그물 등 어구를 회수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그 후 한일 양국이 합의해 2월1∼15일중 한시적으로 어구회수에 나섰으나 통발 13척과 자망어선 2척 등 15척은 어구를 회수하지 못해 척당 1천만∼4천만원의 피해를 보았다.
부산선적 장어잡이 어선 제31선해호(25t) 선주 김태식(金泰植·46)씨는 “당시 장어통발 2천2백개와 장어 80㎏을 모두 포기한 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며 “그 후 아예 어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복어 상어어장 상실★
한일어업협상과정에서 누락된 복어 및 상어어장의 경우 정부측의 재협상에도 불구하고 입어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관련 어민들이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상어잡이 어선 제101천일호(72.3t) 선장 김경만(金慶萬·53)씨는 “얼마전 입어절차를 밟다가 뒤늦게 상어어장이 모두 없어진 것을 알았다”고 한탄했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