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놓은 ‘교육발전 5개년 계획(1999∼2003)’에는 과밀학급 해소와 중학교 의무교육 확대, 5세아 무상 유아교육 등 교육계의 숙원 과제 해결책이 들어 있다. 여기에 언제 어떤 방법으로 시행하겠다는 세부적인 실천방안까지 곁들여져 있어 학부모들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교육부의 추진 방향도 긍정적인 내용이 많다. 하지만 발표를 접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의문을 갖게 된다. 그에 필요한 엄청난 재원을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지금까지 이런 과제들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손대지 못했던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최근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예산확보 문제에 대해 부처간 합의를 끝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지난해 교육재정은 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예산을 줄이느라 학교 증개축이 전면 중단되고 소풍 운동회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떤 교육청에서는 교사들에게 지급할 봉급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올해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5개년 계획에 투입될 1백13조원의 재원을 마련하려면 해마다 교육예산을 최고 8%까지 늘려나가야 한다. 지금도 어려운데 이처럼 많은 액수를 늘리는 게 가능할까,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교육예산은 크게 국고와 지방교육재정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이 가운데 85%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교육세와 내국세 교부금으로 충당하는 지방교육재정이다. 지난해 지방교육 재정은 20조원을 예상했다가 불황에 따른 세수부진으로 17조원에 그치는 바람에 무려 3조원의 차질이 생겼다. 지난해 교육재정이 위기에 몰리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이번 5개년 계획에서 교육부의 재정확보 구상은 경제가 차츰 나아지고 세금수입도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 예상대로 돈이 걷힐지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 큰 악재는 교육세 폐지다. 올해안에 목적세를 없앤다는 것이 정부의 강력한 방침이어서 교육세 폐지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교육세와 같은 규모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또한 불확실하다.
올해 시도 교육청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중고교 등록금을 9.9%나 인상했다. 등록금 동결을 선언한 대학과는 대조를 이뤘다. 이는 모자라는 교육재정을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힘든 학부모에게 떠넘긴 꼴이다. 학부모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교육개혁은 곤란하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교육부는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