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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어업 재협상]「굴욕외교 전형」 비판여론 높아

입력 | 1999-03-12 18:32:00


한일어업협정에서 누락된 쌍끌이 어선 조업문제가 가까스로 타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나 외교통상부와 해양수산부의 최초 협상과 이번 재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취한 자세는 ‘굴욕 외교’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실무협상에선 협상 전략부재에다 어로형태별 조업현황 등 치밀한 준비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임해 더 큰 어민들의 피해를 자초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새협정 발효 50일째를 맞은 12일 부산을 비롯해 전국 주요 어항에선 출어를 포기하는 어선이 속출한 가운데 어민단체 회원들은 협정 백지화를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우리 정부는 쌍끌이 어선의 일본 수역내 조업을 뒤늦게 추진하면서 현안 타결에만 집착해 일본측에 대해 저자세로 일관했다. 어민단체들은 정부가 쌍끌이 조업을 사실상 ‘구걸’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을 제기하고 있다.

김선길(金善吉)해양수산부장관은 한일 수산장관 회담에서 쌍끌이 문제를 담판짓기 위해 일본 도쿄(東京)를 방문했지만 회담 개시 4시간여전까지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는 수모를 겪었다.

일본측은 12일 오전까지도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농림수산상의 국회 일정을 이유로 장관 회담의 시간과 장소를 우리측에 통보하지 않았다.

실무협상 과정에서도 일본측은 “한국 정부의 쌍끌이 조업 통계가 정확한지 믿기 어렵다”며 납득할만한 자료를 제시할 것을 거듭 요구해 한국측 실무진을 당황케 했다.

특히 정부는 96년부터 협상팀을 구성해 모두 20여차례에 걸쳐 어민단체들과 회의를 갖고 협상 자료를 준비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어촌 현장을 직접 방문해 일선 어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 서구 남부민동 남항에서 만난 선원 김종태(金鍾太·45)씨는 “이번 재협상은 결국 줄 것 다주고 난 뒤 구걸해서 생선 몇마리 얻어 오는 꼴”이라며 “엉터리 협상을 한 해양수산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어민들은 협상 결과 확보된 쌍끌이 어선의 어획량이 당초 우리측이 요구한 연간 6천5백t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된데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박원재기자·부산〓조용휘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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