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는 서울 구로을과 경기 시흥 국회의원 재 보선 및 안양시장 보선 얘기만 나오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1일 “선거가 한달도 안남았고 여당후보 윤곽도 드러났는데 공천이 너무 더딘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실제로 3개 지역 중 한나라당이 후보를 확정한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를 ‘김대중(金大中)정권 1년에 대한 사실상의 중간평가’라는 인식속에 내심 총력전을 다짐하면서도 드러내놓고 ‘중간평가’ 운운조차 못하는 것도 ‘인물난’과 무관치 않다.
우선 구로을 재선거의 경우 당초 이신행(李信行)전의원의 부인인 조은희(趙恩姬)씨를 사실상 내정했다가 “득표력이 더 나은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 김덕룡(金德龍)부총재 등의 반발에 부닥쳤다. 그러나 김부총재가 당초 염두에 뒀던 노동계 인사 영입이나 최병렬(崔秉烈)부총재 추대 등의 카드가 사실상 물건너가 구로을은 그야말로 오리무중 상태.
시흥 보선도 마찬가지다. 당 지도부가 내심 기대를 걸었던 고(故) 제정구(諸廷坵)의원의 부인 신명자(申明子)씨와 제의원과 가까웠던 김부겸(金富謙)부대변인은 모두 고사하고 있는 형편. 이런 가운데 최근 당내 일각에서 당5역의 하나인 장경우(張慶宇)홍보위원장을 내세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전용원(田瑢源)경기도지부장 등 경기지역 의원 일부는 최근 모임을 갖고 시흥토박이로 3선의 경력이 있는 장위원장을 당 지도부에 천거했다는 후문이다.
신총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손학규(孫鶴圭)전의원을 접촉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손전의원의 한 측근은 “한마디로 출마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다만 안양시장 후보문제는 최근 안양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의 모임에서 잠정적인 결론이 났다. 신중대(愼重大)안양정무부시장이 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영입을 추진하되 안될 경우 박종근(朴鍾根)안양만안지구당위원장을 밀기로 했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