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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박자경/개혁와 외압

입력 | 1999-02-17 19:42:00


오전은 하루 안의 가을이다. 차 한 잔 마시러 와. 전업주부라면 이웃들을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웃의 말동무가 필요치 않을 것 같다. 응수해 줄 필요가 없어 일하면서도 만날 수 있고 화제도 풍부해서 누구보다 편한 손님, 바로 텔레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주부들을 상대로 한 오전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수다성’이 많다. 웃음을 폭발시키기도 하고 눈물을 짜내게도 한다.허나 그런 건더기는 사실 적다.

너무 사소해서 쓸데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채널을 옮겨다니며 쏟아진다. 행복해지는 지혜라고 알려 주는 것이 오히려 분통을 터뜨리게도 한다. “대체 여자들을 뭘로 알길래.” 전기료 내가면서 바보 취급 받자면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제작비 때문에 방송 수준이 그렇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꼬박꼬박 시청세(요금이 아니다)와 전기료 물면서도 상품으로 인한 피해 보상은 받을 수도 없는 시청자들 귀에 그런 말은 너무 염치없게 들린다. 입맛에 안 맞으면 보지 마시라고 할 일이 아니다.

요즘 방송가가 달라지는 모양이다.오전 프로그램도 꽤 변했다.공영성을 전보다 살린다는 취지인 모양인데 그런 변화가 부디 ‘외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방송국 내부의 오랜 숙원의 일부가 이루어지는 것이기를 빈다.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면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각이 조금 맞지 않더라도 방송인들 스스로 개혁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전문가의 눈에 안 들고 수지타산이 영 서지 않으면 깨끗이 거부할 수 있는 ‘절개’도 방송인들에게 필요하다.

개혁하는 김에 여성 시청자들을 보는 눈, 대접하는 방법도 확 달라지면 좋겠다.‘방송외면’이라는 엄청난 외압에 부딪치기 전에 스스로 성숙한 변화를 보여 주길 빈다. 그것만 해도 방송 개혁, 반은 성공이다.

박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