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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마침내 떠나는 금강산길

입력 | 1998-11-16 19:13:00


금강산 관광이 내일부터 시작된다. 분단 반세기만에 이뤄지는 ‘꿈의 유람길’이다. 북녘땅을 처음 밟는 관광객들의 감회는 가슴 벅찰 것이다. 지금은 비록 제한된 장소에 한정된 인원만 가는 길이지만 남북한 민간교류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금강산 관광이 남북한 교류와 화해 그리고 협력의 물줄기가 되기 바란다.

현대금강호의 시험운항과 관광은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이나 여러가지 문제점도 동시에 지적됐다. 특히 승하선 절차나 통신 등에 준비가 허술함이 드러났다. 예정한 출항일에 맞추려고 무리를 한 결과일 것이다. 이제는 어디까지나 관광수요자의 편익에 맞춰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그것이 관광객 유치에 고민하고 있는 현대측에도 이롭다.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관광객들의 신변안전에 관한 사항이다. 그동안 북한의 사회안전성이나 아태평화위 등 관계기관은 관광객들의 신변안전 보장을 여러 차례 다짐해 왔다. 그러나 북한 관계기관들의 상대는 항상 현대측이었다. 신변안전 문제는 관광객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목일 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남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안심할 수 있다. 가령 북한 영해내의 해난구조 문제만 해도 공동작전을 벌일 우리 군함의 무장정도나 태극기 게양문제 등 남북한 당국이 상의하고 협정을 맺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관광세칙 문제도 그렇다. 북한측의 안(案)은 관광객들의 편안한 관광을 보장하기보다는 일방적 규제성격이 강하다. 그만큼 까다롭게 되어 있다. 현대와 북한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한 북한측은 이 안에 따라 행동하도록 관광객들에게 강요할 것이 뻔하다. 관광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자칫 북한측과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많은 세칙을 그대로 적용하게 할 수는 없다. 현대와 북한측은 국제관례에 맞는 관광규칙을 미리 만들어 놓고 관광사업을 시작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순서가 뒤바뀐 채 본격적인 관광이 시작된다. 관광객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 뜻깊은 여행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관광세칙을 확정해야 한다.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한다.

아무리 대책을 마련하고 조심해도 안전사고나 돌발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겨울철 금강산관광은 기상여건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조그만 사건 사고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남북한 관계를 하루 아침에 얼어붙게 할지도 모른다. 현대나 북한측 그리고 관광객들은 금강산관광의 역사적 현실적 의미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