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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사이언스 26]정재승/「프리 윌리」의 귀향

입력 | 1998-09-22 19:26:00


가장 신비로운 바다 동물은 고래일 것이다. 고래는 바다에서 살지만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다. 또 음파를 주고받으며 서로 의사소통도 한다. 물속에서 수십분간 지속되는 노래 소리는 우리에게 신비감마저 전해준다.

‘프리 윌리’는 수족관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킬러고래 ‘프리 윌리’를 야생으로 놓아주려는 소년의 악전고투를 담은 영화. 속편에서는 유조선에서 유출된 기름 때문에 죽어가는 ‘프리 윌리’를 통해 인간의 환경파괴가 자연을 얼마나 멍들게 하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몇년전 ‘프리 윌리’의 주인공 고래가 영화를 찍으면서 야생으로 돌아갈 능력을 상실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케이코’라는 이름의 이 고래는 두살때 아이슬란드 부근 바다에서 생포된 뒤 멕시코로 팔려가 놀이공원에서 쇼를 하는 신세가 됐다.

93년 케이코가 ‘프리 윌리’의 주인공을 맡아 유명해지자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케이코를 영화처럼 고향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국제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차가운 아이슬란드 바다에 살던 케이코는 쇼와 영화를 위해 따뜻한 풀에 갇혀 사육되면서 피부 손상, 소화 불량, 근육 퇴화 등으로 야생에서 살 능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전 케이코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오리건주 뉴포트에서 몇년간의 야생적응 훈련끝에 적응 능력을 회복하게 된 것. 케이코를 바다로 돌려 보내기 위한 운동을 꾸준히 펼쳐온 프리윌리재단이 케이코를 아이슬란드 바다로 운반하는 장면은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가끔 환경문제에 대해 ‘말 따로 행동 따로’일 때가 있다. 18년만에 자유의 몸이 된 ‘프리 윌리’ 케이코가 깨끗한 바다에서 오래오래 살 수 있기를….

정재승(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사과정)jsjeong@sensor.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