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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600주년]「유생들의 하루」재현

입력 | 1998-09-20 19:29:00


“일어나셔―.”

북소리와 함께 울려퍼지는 하인대장인 수복(守僕)의 고함.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儒生)들의 하루는 매일 오전7시(卯時),그 쇳소리같은 외침에 눈을 뜨며 시작된다.

조선시대 최고 엘리트 집단의 하나였던 성균관 유생들. 그들의 하루일과를 건학 6백주년을 맞이한 성균관(관장 최근덕·崔根德)이 철저한 문헌 고증을 통해 재현했다. 시대배경은 정조대왕때인 18세기말.

눈 비비는 유생들을 향해 수복이 다시 외친다.“세수하셔”.

의관정제한 유생들은 8시반 뜰에 집결, 허리를 45도 가량 숙이는 인사인 읍(揖)을 한뒤 식당에 입장한다. 식사 기강이 요즘 군대훈련소는 저리 가라다. 나이순에 따라 20명씩 2열로 마주앉은 유생들은 식당담당 하인의 “밥드셔” 구령에 맞춰 식사한다. 반찬은 8가지 정도. 곧 “물드셔” “수저 놓으셔” “일어나셔” 잇따르는 구령에 따라 식당에서 질서정연하게 퇴장. 아침 저녁을 다 먹어야 출석점수 1점을 받는다.

오전수업은 10시부터. 수복의 “모이셔” 구령에 따라 명륜당 뜰에 모여 박사(선생님)와 읍례 한뒤 교실로 이동, 시경 논어 등을 공부한다. 오후엔 때로 요즘의 학생총회에 해당하는 재회(齋會)가 열린다. 유생대표인 장의(掌議)가 소집하는 재회는 당시 성균관 유생들의 막강한 자치권을 상징한다.

재회에선 잘못을 저지른 유생에 대한 제적(영삭·永削)등 처벌 여부를 결정한다. 또 국가가 과거시험 이외에 특차 모집으로 관료를 뽑을때 후보자를 추천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

가끔은 잘못된 국가 정책에 대한 유생들의 의견을 취합, 왕에게 소를 전하는 유소(儒疏)도 열렸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선 성균관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유생들과도 ‘동맹’한다. 소(疏)가 거부되면 식사를 거부하며 농성을 벌이는 권당(捲堂·수업거부), 성균관을 나와버리는 공관(空館·동맹휴학)을 벌이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유생들의 소를 끝까지 거부한 왕은 연산군 광해군 정도에 불과했다.

이처럼 빡빡한 일과를 마친 유생들의 취침시간은 대략 10시이후. 3명 가량이 1.5평 크기의 방을 같이 썼다.

성균관은 조선 태조7년(1398)에 건립된 국가교육기관. 진사시나 생원시에 합격해야 입학자격이 주어졌다. 정원 1백∼2백명에 학비는 무료. 관직에 등용되는 대과(과거)에 붙을때까지 재학할 수 있어 머리 희끗할때까지 성균관 밥을 먹는 늙은 유생들도 많았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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