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소비 전성시대’가 막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호황이 왕성한 소비를 낳고 활발한 소비는 다시 호황을 뒷받침하는 선순환(善循環)의 고리가 끊어질 조짐이 나타난 것.
그 징후는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8월 소비동향. 8월의 소매판매액은 전달보다 0.2% 늘어난 2천2백48억달러로 얼른보면 0.6% 감소를 기록했던 7월에 비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너럴 모터스(GM)의 파업으로 인해 7월에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 특별한 요인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7월 소매판매액은 연평균 증가치에 가까운 0.6% 증가한 반면 8월은 0.3% 증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28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실업률과 가계소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증가율이 뚜렷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세계경제의 동요를 의식해 소비에 점차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
최근 뉴욕증시가 널뛰기 장세를 보이는 것도 소비위축을 가져오는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미국의 상품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호황을 누려온 것은 활발한 내수 덕이 컸다. 따라서 내수가 급감할 경우 호황시대도 저물게 된다.
90년대 이후 지속돼온 호황은 그동안 미국인들의 문화행태까지 고급스럽게 바꿔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97∼98시즌에 2천7백만명이 연극을, 7백50만 명이 오페라를 관람해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한 문화적 번성을 불러왔다.
8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교향악단이 1백10개나 창설되고 신간소설의 출판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요리잡지에서 고급식당으로 분류하는 식당의 비율도 93년 19%에서 98년에는 27%로 급증했다. 모두가 잘 나가는 경제의 산물이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