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검찰의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 소환계획이 알려진 15일 오후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당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채 진상파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얼마전까지 총재권한대행으로 당을 이끌었던 이전부총재에게까지 사정의 칼날이 다가오는 것은 여권이 아직도 야당파괴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본보기라는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이전부총재는 이날오후 대구에서 열린 ‘김대중정권 야당파괴 규탄대회’에 불참한 채 하루종일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한 측근은 “이전부총재의 조카사위가 94년 경성측으로부터 이전부총재에게 전달해 달라는 돈을 받아 중간에서 배달사고를 냈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전부총재가 금명간 기자회견을 갖고 자세한 경위를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측근은 “당내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을 가장 잘아는 사람은 바로 이전부총재”라며 “여권은 최근 대치정국에서 이전부총재가 한나라당의 대응전략을 막후에서 조언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눈엣가시같은 이전부총재를 사정의 제물로 삼으려 한다”고 흥분했다.
규탄대회 참석차 대구에 내려간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전부총재의 소환소식을 전해 듣고 “우선 자세한 경위를 알아본 뒤 표적 편파수사라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위당직자는 “현정권이 한나라당의 도덕성을 훼손시키려는 야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야당 지도부를 소환 조사하려는 것은 군사독재시절에도 없던 정치파괴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