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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식·김인호씨 보석]정책결정「법적단죄」 험로 예고

입력 | 1998-09-04 19:15:00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경제수석의 보석석방은 외환위기사건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나 평가가 조금씩 다르다.

‘경제관료의 정책결정을 사법의 잣대로 단죄(斷罪)하는’ 일에 회의를 보였던 일부 법조인들과 경제인들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처음부터 구속수사가 잘못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남덕우(南悳祐) 신현확(申鉉碻)전총리와 이승윤(李承潤) 이한빈(李漢彬)전경제부총리 등 내로라하는 전직 고위 경제관료 45명이 최근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가 한몫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두 피고인은 ‘수의(囚衣)차림’으로도 적극적인 방어를 취했던 만큼 ‘양복차림’으로 법정에 서면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총반격’을 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두 피고인을 ‘환란(換亂)의 주범’으로 몰고갔던 검찰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재판부에 “보석를 허가할 경우 친분관계가 있는 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검찰도 ‘사건의 성격상 재판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핵심 증인 15명에 대한 접촉금지를 보석의 단서조항으로 법원에 요청, 한 발 물러섰다.

검찰이 앞으로의 공판에서 두 피고인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죄를 명쾌하게 입증해내지 못한다면 “외환위기의 본질을 사법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판단으로 변질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번 보석결정의 배경에는 정치권이 추진중인 경제청문회의 영향도 어느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담당재판부의 관계자는 “구속수감중인 피고인들이 TV청문회에 나가는 것이 어떻게 비쳐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어차피 외환위기사건에 대한 재판과 경제청문회가 거의 동시에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 피고인이 불구속상태로 있는 것이 덜 민망하다는 것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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