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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과외 수사 일단락]소문만 요란…결과는 「쥐꼬리」

입력 | 1998-09-02 19:58:00


고액 족집게 과외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2일 소환 대상 학부모 74명중 70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하고 사실상 수사를 종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열흘이상 계속된 이번 수사의 결과는 “소문으로만 떠돌던 고액과외를 샅샅이 추적해 교육계의 구조적 비리를 밝히겠다”던 경찰의 당초 의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우선 달아난 주범 김영은(金榮殷·57)씨가 수년간 관리해온 6권의 수첩에 적힌 수백명의 명단에서 학부모 74명과 교사 1백38명만을 수사대상으로 선정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김씨는 10여년간에 걸쳐 사기 행각을 벌여왔으며 김씨의 수첩에 올라 있는 교사와 학부모만 수백명에 달하지만 경찰은 수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소수의 학부모만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경찰이 밝히지 않은 나머지 학부모중에는 선우중호(鮮于仲皓)전 서울대 총장에 버금가는 ‘거물’이 수두룩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 경찰은 “3개월여에 걸친 내사를 했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보였으나 정작 수사 초기에 주범 김씨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해 그가 잠적케하는 실수를 범했다.

경찰은 수사 열하루째인 2일까지도 단 한명을 구속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이들에게 사기죄를 적용하는데 필요한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엄청난 국민적 분노를 몰고온 이번 사건은 경찰의 미온적인 수사와 허술한 법규정 때문에 국민감정과 실정법 사이의 괴리만을 확인한 채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