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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오소리 아저씨의 소중한 선물」

입력 | 1998-08-10 19:27:00


▼오소리 아저씨의 소중한 선물/수잔 발레이 글 그림/지경사 펴냄

오소리 아저씨는 마음이 아주 따뜻한 분이랍니다.

나이가 많아서 모르는 게 없지요. 자기는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오소리 아저씨는 죽는 게 무섭지 않았어요. 다만, 자기가 죽으면 슬퍼할 친구들을 생각하니 오히려 걱정이 됐지요. 가끔 혼잣말로 중얼거렸어요. “나는 곧 먼 여행을 떠날거야. 그렇더라도 너희들은 너무 슬퍼하면 안돼. 알았지?”

아저씨는 가만히 언덕에 앉아 두더지와 개구리를 바라보았어요. “아, 나도 저렇게 힘차게 달릴 수 있다면….”

아저씨는 날이 어두어져서야 집에 돌아왔어요. 땅 속 벽난로가 있는 방으로 내려갔지요. 그리고 저녁을 먹고, 편지를 쓰고, 가만히 흔들의자에 앉았어요.

그리고 아저씨는 아주 깊은 잠에 빠졌어요. 지금껏 한 번도 꾼 적이 없는 멋진 꿈을 꾸면서 말이에요.

아저씨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동굴 속을 달리고 있었어요. 달리면 달릴수록 더 힘이 났어요. 지팡이도 필요 없었지요.마침내 아저씨의 몸은 깃털처럼 붕붕 떠올랐어요.

다음날 아침, 숲 속 친구들은 오소리 아저씨가 보이지 않자 걱정이 되었어요. 한참 뒤에서야 아저씨가 써놓은 편지를 발견했지요. “나는 아주 먼 곳으로 떠난단다. 모두들 사이좋게 지내기 바래. 안녕….”

숲 속 친구들은 너무너무 슬펐어요. 두더지는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너무 많이 울어 베개가 흠뻑 젖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함박눈이 펑펑 내리더니 숲 속 마을이 하얗게, 하얗게 덮였어요. 모두들 추워서 따뜻한 집 안에만 틀어 박혔지요. 하지만 하얀 눈이 오소리 아저씨를 잃은 친구들의 슬픔까지 다 덮어줄 수는 없었어요….

지경사에서 펴낸 ‘오소리 아저씨의 소중한 선물’.

아이들도 가끔은 두려움과 호기심을 느낀다고 한다. ‘과연 죽음은 뭘까….’

특히나 어느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이 곁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아이들. 홀연히, 삶을 거두어가는 죽음은 무엇일까….

이 동화는 오소리 아저씨의 삶과 죽음을 통해 삶도 죽음의 일부라는 것, 삶과 죽음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님을 깨우쳐준다.

비록 몸은 떠나갔지만 살아있는 날들의 소중한 추억을 통해 영원히 숲 속 친구들의 마음에 남게 된 오소리 아저씨. 아직 삶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그는, 살아갈 날의 소중함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밝은 노란색을 살려 따뜻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담채화. 여기에 가늘고 선명한 흑백의 터치가 동물들의 표정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동물들이 사는 숲 속 풍경이 저 멀리 별세계인양,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그리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어요. 숲 속 친구들은 옹기종기 햇볕가에 모여앉아 오소리 아저씨가 살아 있을 때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이제는 종이인형을 아주 잘 만드는 두더지. 오소리 아저씨가 가르쳐 주었지요. 맨 처음엔 솜씨가 엉망이었는데…. 두더지는 멋진 종이인형을 만들어 놓고 아저씨와 함께 기뻐하던 때를 생각했습니다. 개구리는 아저씨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얼음 위를 달리던 때가 떠올랐어요. 개구리가 미끄러지듯이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모두 아저씨 덕분이랍니다.

항상 넥타이를 맬 줄 몰라 쩔쩔매는 여우. 아저씨의 말이 들려오는 듯 해요. “자, 잘 봐. 넥타이의 넓은 쪽이 위로 오게 한 다음, 뒤로 한 번 돌려서….”

토끼는 오소리 아저씨와 함께 과자를 굽던 때가 정말 그리워요. “아저씨가 오븐에서 갓 구워낸 그 고소한 과자 냄새는 정말 잊을 수 없을거야.”

숲 속 친구들은 저마다 오소리 아저씨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어요. 아저씨는 모두에게 소중한 선물을 남겨 주고 떠난 거에요.

해가 바뀌고 다시 봄이 찾아왔지요. 숲 속 친구들은 이제 많이 씩씩해져서 오소리 아저씨 생각이 나도 전처럼 울지는 않는답니다.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던 어느날, 두더지는 마지막으로 아저씨를 만났던 언덕위로 올라갔어요.그리고 아저씨와 함께 지내던 때를 생각했어요. 저 하늘 어디에선가, 아저씨의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어요.

“살아있는 날들은 참 아름다운거야….”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