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를 한달여 앞두고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습니까. 한번만 우리 아들 얼굴 좀 보게 해주세요.”
13일 오전 광주 남구 주월동 광주보훈병원 영안실. 이날 새벽 경찰수송버스 화재로 박판석(朴判錫·21) 노현기(盧賢基·22)수경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동료 의경들이 달려와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넋을 놓았다.
박수경의 어머니 장연심(張年心·60·전남 여천군 율촌면 신풍리)씨는 “우리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 우리 아들…”하며 통곡했다.
“의경으로 입대하면 데모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다기에 한사코 말렸습니다. 그래도 걱정말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하던 놈이 왜 이렇게 영안실에 누워 있는 겁니까.”
한참 후 정신을 가다듬은 장씨는 “그때 끝까지 말리지 못한 게 한스럽다”며 가슴을 쳤다.
여수한양공업전문대 자동사무학과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박수경의 꿈은 경찰관이었다.
장씨는 “한달전 마지막 휴가를 나왔을 때 경찰관 시험을 준비한다면서 책을 사갔는데…”라며 다시 오열했다.
노수경의 빈소에도 ‘한맺힌 발길’이 이어졌다.
노수경의 아버지(노창영·盧彰英·56)는 차마 영안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영안실 주변에서 아들 이름만 되뇌다 달려온 아들 친구들을 보고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노수경은 조선대 토목공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던 95년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자 집안의 짐을 덜겠다며 자진 입대했다. 2급 토목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휴가때마다 도서관을 찾던 착한 아들이었다.
동료 박모 일경(21)은 “입대동기인 노수경과 박수경은 누구보다도 후배들을 아끼고 챙겨주던 그런 고참이었다”며 “시위도 줄어들어 이제 고생이 끝났다고 좋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광주〓정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