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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리뷰]「3金시대」/『「新용비어천가」아닐테지요』

입력 | 1998-03-03 07:39:00


방송사를 돌이켜보면 정치드라마는 TV바깥 사회의 민주화 수준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그래서 정치드라마의 길은 ‘수난사’나 다름없다. 서슬이 시퍼렇던 5공시절인 81년 출발한 첫 정치드라마 MBC ‘제1공화국’은 50회를 예정했지만 39회로 수명이 단축됐다. 정치드라마의 재등장은 8년이 지나 정권이 바뀐 89년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이어 문민정권이 출범한 뒤 ‘제3공화국’ ‘제4공화국’‘코리아게이트’ 등이 차례로 방영됐다. ‘제4공화국’을 빼고는 외압과 내부의 제재로 모두 도중하차했다.

지난달 28일 첫회가 방영된 SBS ‘3김(金)시대’는 2년만에 재등장한 정치드라마다.

과거에는 특정 시기를 중심으로 제작됐지만 ‘3김시대’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시대의 흐름 못지않게 현대 정치사의 중심축을 이룬 3김씨에 초점을 두고 있다.

1,2부는 3김씨의 성장배경과 청년기를 통해 그들의 이데올로기 구축과정이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JP(김종필 자민련명예총재)의 탈영 등 제작진의 취재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소개됐지만 해방이후 5·16쿠데타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다보니 나열식에 그쳤다. 또 소재 자체가 주는 무게에 비해 드라마적 긴장감이 떨어졌다. 이에 대해 연출자 고석만PD는 “본격적 전개에 앞선 에필로그여서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정치드라마의 파괴력은 정치라는 인화성(引火性)이 높은 소재에 드라마적 기법의 불꽃을 댕겨야 살아난다. 그러나 객관적 리얼리티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과거 도중하차된 정치드라마는 그만큼 사실에 접근했다는 증거이자 ‘미덕’이었다. 드라마의 단명자체는 불행이지만 제작진의 의지는 평가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 지금 정치드라마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외압을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니므로 객관적 리얼리티가 부족하다면 외면당하기 십상일 터이다. 3김씨에 대한 산술적 차원의 객관성이나 일방적인 ‘신김(金)비어천가’로 흐르는 부작용을 막아야 하는 것도 다큐멘터리가 아닌 정치드라마의 숙제이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