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은 흥미로운 정치 드라마를 예고하고 있다. 정계개편을 통해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벗어나려는 여당과 이에 맞서서 거대한 몸피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야당의 치열한 싸움이 펼쳐질 것 같다. 현재로는 야당인 한나라당이 열세다. 대선 패배 이후 리더십부재와 이질적인 당내 세력판도, 여권을 중심으로 한 내각제 추진 기류 등이 모두 한나라당에 불리한 요소들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당은 경제위기를 맞아 노골적인 ‘한나라당 깨기’는 자제할 전망이다. 그러나 3월10일의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야권의 분열이 가시화할 경우 은밀하고도 집요한 물밑 흔들기를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때부터 여권의 주역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어떤 역할을 할지가 관심이다. 자민련이 국민회의보다 내각제개헌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는 만큼 두사람도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여권 출신의 한나라당 중진 등이 두 사람의 영입대상이다. 자민련 김용환(金龍煥) 박철언(朴哲彦)부총재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박준규(朴浚圭)고문과 이정무(李廷武)총무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 만하다. 국민회의는 자민련보다 덜 조급한 편이다. 당장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보좌해서 정권인수와 경제회생에 몰두하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 이후 잇따를 입법 작업과 고위공직자의 국회인준, 5월의 15대국회 후반기 원구성 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한나라당쪽 사람들에게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자민련측이 구여권 중진들과 영남권 세력을 1차 영입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면 국민회의는 수도권의 초 재선의원과 야권 인사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내각제론자인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과 영입전문가인 한광옥(韓光玉)부총재가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김원기(金元基)고문도 한나라당내 야권 출신 인사들의 포섭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대항하는 한나라당의 방어태세는 불안하다.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의 대선패배로 당이 구심점을 잃은 가운데 조순(趙淳)총재와 민정계의 이한동(李漢東)대표 김윤환(金潤煥)고문, 민주계의 김덕룡(金德龍)의원계열과 부산경남출신 그룹, 이기택(李基澤)전민주당총재 세력 등이 벌써부터 당 지도체제 문제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조총재와 이한동대표는 현체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나머지 세력들은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 세력의 갈등은 예상보다 빨리 가시화할 조짐이다. 조직책 구성을 결정하는 조직강화특위가 연초에 발족할 예정이기 때문. 조직책 확보가 3월10일 전당대회에서의 당권싸움의 전초전이다. 만일 여권이 이같은 틈새를 적절히 뚫고 들어올 경우 한나라당내 세력들은 거대 야당을 유지해야 한다는 당위론과 자파의 잇속을 챙기려는 실리론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내각제론자인 김윤환고문의 경우 지도체제 갈등과 관련, 당의 경계를 넘나드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여기에다 국민신당의 이인제(李仁濟) 박찬종(朴燦鍾)고문도 구 민주계 등을 대상으로 영입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여 한나라당은 이중 삼중의 공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 국면이 펼쳐질 경우 이회창명예총재가 전면에 나서서 당의 수습에 나설지도 눈여겨볼 관전(觀戰)포인트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