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흥! 우렁찬 포효의 ‘산중의 왕’ 호랑이는 공포와 신령함, 해학 등의 다양한 이미지로 우리 마음속에 각인돼 있다.무인(戊寅)년 새아침의 첫 울부짖음은 엄청난 국난에 처한 우리의 어리석음을 꾸중하고 각성을 격려한다. 민속과 설화, 그리고 속담에 비친 호랑이의 모습은 여느 민족보다 우리가 호랑이와 가깝게 살아왔음을 보여준다. 곰과 호랑이가 등장하는 단군신화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는 등의 수많은 민간의 호랑이이야기는 그 대표격. 88올림픽의 상징물인 호돌이는 이같은 우리와 호랑이의 친교를 세계에 알렸다. 악을 뿌리뽑는 산신령, 방위의 신, 잡귀를 뿌리치는 영물의 상징으로 용맹 명예 권세 승리의 깃발같은 존재인 호랑이는 음울의 터널을 허위허위 뚫고 이 아침에 이른 우리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안겨준다. 아무렴, 호랑이민족인 우리가 이렇게 주저앉을 수만은 없지. 그 사나움과 기개의 등허리에 주저없이 올라 타 거침없이 내달아야지. 호랑이 8개종 가운데 조선호랑이라고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가 용맹과 힘, 용모에서 으뜸이라고 칭송된다. 공식적으로는 멸종된 것으로 보고됐지만 이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 아름다운 전력질주를 보고싶다. 〈강상헌기자〉